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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sexua
FKA 트위그스(FKA twigs)
2024

by 한성현

2025.02.13

대다수에게 FKA 트위그스는 친해지기 어려운 아티스트일 테다. 기괴하고 음산한 전자음에 고혹적인 알앤비 보컬을 입힌 < LP1 >은 아르카와 블러드 오렌지, 샘파 등 혁신가들이 파트너 명단을 채웠고 2019년 < Magdalene >은 음악가의 자아 뒤 개인으로서 겪은 고통을 페미니즘과 종교의 알레고리로 풀어내는 아트팝 작품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대상은 아닌 것이다.

진입장벽이 희석된 분기점은 2022년 < Caprisongs >였다. 열 트랙 내로 압축했던 정규작과 달리 17곡으로 볼륨을 확 늘린 믹스테이프에서 그는 위켄드, 샤이걸, 다니엘 시저 등과 어우러지며 자신 또한 비탄의 감정을 거두고 신나게 놀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신보는 더 본격적이다. 테크노와 UK 개러지, 드럼 앤 베이스 등 각종 댄스 장르를 타고 동적인 움직임을 극한으로 발산하는 < Eusexua >의 제목이 묘사하는 것은 황홀한 무아지경의 상태. 그 속에서 FKA 트위그스는 모든 속박에서 벗어날 것을 갈구하고 명령한다.

앨범은 2022년 여름 영화를 촬영하던 시기 프라하의 한 창고에서 개최된 레이브 참석 경험에서 착상되었다. 아티스트에게 강렬한 영감을 선사한, 낯선 개인들이 한데 모여 춤추는 파티의 심상은 곳곳에 깊게 스며들어 있다. 처음 보는 ‘완벽한 타인’을 반갑게 수용하는 ‘Perfect stranger’, 옷을 찢어발기고 살갗을 드러내라 명령하는 ‘Drums of death’ 모두 시선의 차단이 해방을 허락하는 댄스플로어 철학에 기초한 격언이다. 거창한 언어는 클럽 내에서 쓰지 않는다. ‘Room of fools’에서 반복하듯 그저 ‘좋은 느낌’이라는 말이면 충분하다.

자유 포고령은 비단 바깥이 아니라 아티스트 자신에게도 적용된다. 전 연인 샤이아 라보프를 폭행으로 고소했던 FKA 트위그스는 ‘24hr dog’에서 거리낌 없이 상대방에게 복종을 약속하며 전통적인 피해자 프레임에서 벗어난다. 권력자만이 행할 수 있는 타락과 자기 해체다. 카니예 웨스트의 딸 노스 웨스트의 괴상한 일본어 랩과 함께 초음속 능력 따위를 천연덕스럽게 떠들어대는 ‘Childlike things’가 유달리 튀는 분위기에도 정서적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 Eusexua >는 그 무엇도 눈치 볼 필요 없는 공간이다.

둘러싼 맥락은 많다. < Eusexua >는 멀리 뷰욕이나 마돈나의 < Ray Of Light > 등 1990년대 여성 뮤지션의 일렉트로닉 음악부터 시작해 팬데믹 발발 직후 벌어진 댄스 예찬 행렬, 바로 전년도 찰리 XCX의 < Brat >과 제이미 xx의 < In Waves >가 이끈 언더그라운드 클럽 사운드의 부흥까지 다양한 노선의 교차 지점 위에 있다. 그러나 지극히 FKA 트위그스만의 아우라 안에서 그만의 감각으로 주조한 작품은 다른 수식어를 전부 들어낸다. 신체를 초월하는 정신을 요약하기 위해 제목의 단어를 고안했듯이, 이런저런 부연 설명을 찾다 결국 ‘FKA 트위그스의 음악’이라는 말로 결론짓게 되는 음반이다.

-수록곡-
1. Eusexua [추천]
2. Girl feels good [추천]
3. Perfect stranger [추천]
4. Drums of death (With Koreless)
5. Room of fools
6. Sticky
7. Keep it, hold it
8. Childlike things (Feat. North West) [추천]
9. Striptease
10. 24hr dog
11. Wanderlust [추천]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