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Suga
메간 더 스탈리온(Megan Thee Stallion)
2020

by 장준환

2020.04.01

부드러운 감언으로 상대를 타이르다가도 갑작스레 폐부를 찌르는 날붙이가 되는 ‘혀’. 그런 혀의 이중적인 면은 래퍼에게는 곧 무기다. 2019년도 발매한 믹스테이프 < Fever >로 이름을 알린 텍사스 출신 래퍼 메간 더 스탈리온(Megan Thee Stallion)은 전면에 크게 그려 넣은 입술과 키스를 의미하는 속어 < Suga >로 '혀’의 인상에 불을 지핀다. 마냥 설탕처럼 달콤하지만은 않은 내용물과 말이다.

일차원적으로, 컬트 영화 < 록키 호러 픽쳐 쇼 >의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표지로부터 정욕적 색채를 끌어내고, 다음 단계로는 니키 미나즈(Nicki Minaj), 카디 비(Cardi B)가 자주 사용하던 미시 엘리엇(Missy Elliott)식 진취적이고 주도적인 여성상을 주입한다. 재료 하나하나가 전부 도발적이다. 전작에서 묵직하게 자리 잡은 탄탄한 래핑과 여장부 이미지의 두 성분은 착실히 챙긴 데다, 현작에 와서는 강렬한 시각적 요소와 감각적 비트를 버무렸다.

뚜렷한 사운드를 지향한 덕에 다양한 스타일이 쉽게 다가온다. 둔중한 베이스라인이 특징인 트랩 ‘Ain’t equal’과 ‘Savage’. 칼을 꺼내 드는 효과음을 사용한 ‘Captain hook’에서는 독기가 스멀스멀 배어난다. 이후 켈라니(Kehlani)의 피처링이 어우러지는 ‘Hit my phone’과 ‘B.I.T.C.H’는 안정적인 훅 메이킹으로 포용적인 팝 랩을 구현하고,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팀버랜드(Timbaland) 등 유명 프로듀서의 손길이 닿은 ‘Stop playing’과 ‘What I needed’로는 감각적인 알앤비의 단내를 풍기기도 한다. 메간은 앞서 말한 혀의 이중성을 도구 삼아 마구 내두른다. 매서운 래핑을 쏘아붙이기도, 달콤하게 감싸기도 하기도, 그 과정은 놀랍도록 유연하다.

본래 5월에 발매 예정이던 < Suga >는 소속 레이블과의 문제로 불가피하게 예상보다 일찍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앨범이다. 우여곡절 가운데 급하게 출시된 작품이기에 짧은 러닝타임의 EP 형태로 나오게 되었지만, 되려 강점을 일축한 수록곡이 부담 없는 압권을 선사한다. 2019년도 XXL 잡지가 뽑은 신예 래퍼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새긴 메간 더 스탈리온은 결국 기대주라는 타이틀 방어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셈. 그뿐인가, 동시에 자극적인 뒷맛을 남겨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감질나게 만들었다.

-수록곡-
1. Ain’t equal
2. Savage [추천]
3. Captain hook [추천]
4. Hit my phone (Feat. Kehlani) [추천]
5. B.I.T.C.H. [추천]
6. Rich
7. Stop playing
8. Crying in the car
9. What I needed
장준환(trackcam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