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로 한국인에게 가장 친근한 팝 가수가 되었지만 이 곡 하나로 앤 마리를 정의하긴 어렵다. 그는 알앤비와 UK 개러지에 뿌리를 둔 전자음악 그라임(Grime) 등 다양한 장르를 구사하며 팔색조 매력을 뽐내고 있다. 2021년에 발표한 2집 < Therapy >가 영국 앨범 차트 2위에 오르며 소포모어 징크스를 비껴갔지만 2022년의 첫 싱글 ‘I just called’는 대세 래퍼 라토와 스웨덴 전자음악 듀오 네이키드(Neiked)의 지원에도 신통치 못했다. 보다 힘을 준 신곡 ‘Psycho’로 반전을 꾀했고 현재 영국 싱글 차트 16위에 착륙했다.
반복되는 건반 리프에 트랩 비트를 가미한 이번 곡에서 특별한 감흥을 느끼기 어렵다. 랩과 노래 중간에 있는 톡 쏘는 창법으로 남녀상열지사를 다루지만 쾌감에 초점을 둔 사운드가 금세 휘발했다. 그라임에 두각을 보이는 신예 래퍼 에이치(Aitch)는 설 자리를 잃은 채 ‘Straight rhymez’에서의 존재감을 내비치지 못했다. 다재다능이 곡의 완성도와 직결되지 않음을 증명하며 쉽게 소비하고 쉽게 잊는 또 하나의 곡을 양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