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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 b!tch
앤 마리(Anne-Marie)
2023

by 손민현

2023.02.01

여러 선행으로 친한파 칭호를 획득한 영국 가수 앤 마리가 ‘Sad b!tch’로 당차게 새해 포부를 밝힌다. 2분 남짓의 짧은 재생시간에도 불구하고 미담의 기저에 깔린 털털한 성격과 인간미가 표면에 나타난다. ‘슬픔은 한참 전의 일’이라는 뚜렷한 메시지는 바람둥이 연인을 저격했던 작년 싱글 ‘Psycho’와도 서사적인 접합부를 형성한다. 이전보다 날카로워진 목소리 역시 자신의 에세이 < You Deserve Better >부터 공표해 온 자기 주체성의 근거가 되기 충분하다.


명료한 가치관을 위협하는 요소는 음악과의 느슨한 조임새다. 그라임 신성 에이치(Aitch) 등과 함께 한 영토 확장에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던 작년의 모습과 유사하다. 톤스 앤 아이의 히트곡 ‘Dance monkey’가 스치는 피아노 리듬이 도입부를 환기하지만, 박자와 메시지에 더 치중한 탓에 이후 등장한 멜로디는 금방 시들고 만다. 굵은 족적을 남긴 ‘2002’와 ‘Rockabye’의 매혹에 홀려 있기 때문일까, 내걸고 있는 슬로건에 잠시 설득은 되나 이후에도 흥얼거릴지는 미지수다.

손민현(sonmin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