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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sion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
2023

by 김태훈

2023.10.01

카일리 미노그는 대중의 기대와 본인의 강점이 만나는 지점에 정확히 서 있는 아이콘이다. 30여년이라는 오랜 활동기간 동안 음악적 외도가 없진 않았으나 곧 관성처럼 댄스 플로어로 돌아와 밝게 빛났다. 가벼운 도발 < Kiss Me Once >, 무난한 캐럴 < Kylie Christmas >, 나쁘지 않은 컨트리 < Golden >, 미러볼이 반짝이는 < Disco >를 거치며 자신을 제련하던 그가 마침내 다이아몬드가 되어 대중 앞에 다시 나타났다.

< Tension >의 초반부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즐거운 분위기로 화려하게 빛난다. 그 시작은 ‘Padam padam’이다. 4/4박자로 단순하게 내리꽂는 비트는 심장 소리와 절묘하게 융합되어 지루함이 없고, 중독성 강하면서도 깔끔한 훅은 카일리 미노그의 도발적인 이미지와 맞아떨어진다.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인 ’Hold on to now’, 복고적인 신스 팝의 골조를 지닌 ‘Things we do for love’와 ‘You still get me high’, 축제의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기쁨의 하우스 ‘One more time’, 모두 선명한 멜로디와 함께 한 치의 과잉 없이 강렬한 존재감을 지닌다.

도자 캣이 연상되는 ‘Hands’부터 다소 빛이 바랜다. ’Green light’는 안전한 흐름 위에 색소폰 소리만 공허하게 맴돈다. 앨범의 하이라이트가 되어야 했을 ‘Vegas high’는 이미 식은 분위기를 되돌리지 못하는 뻘쭘한 댄스가 되어버린다. 2010년대의 하우스로 자리를 옮기는 ’10 out of 10’ 역시 다른 곡들과 제대로 섞이지 못한 상황에서 홀로 열심히 몸을 흔들 뿐이다. 다행히 마지막 트랙 ‘Story’가 다시 형태를 되잡고 아름답게 반짝인다. 멋진 워킹 도중에 발을 헛딛었지만, 그럼에도 고고한 아우라를 잃지 않고 다시 멋지게 마무리하는 슈퍼모델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아이콘의 부활 선포다. 커리어의 집대성이자 그의 강점만 효과적으로 뽑은 세련된 초반부가 그 근거다. 그 순간만큼은 2010년대의 수작인 < Aphrodite >를 넘어서며 최고 전성기인 2000년대의 < Light Years >, < Fever > 두 앨범에도 가까이 다가간다. 아쉬운 선택들도 포착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디스코를 비롯한 현재의 댄스 팝 트렌드와 오랜 관록이 맞물려서 생긴 좋은 결과 자체에 더 주목하게 된다. < Tension >은 유행이 한 바퀴 돌 때마다, 카일리 미노그도 다시 한 바퀴 돌아온다는 증거로 아주 적절하다. 그 모습은 어렵거나 난해하지 않다. 리듬에 맞춰서 행복하게 놀면 그만이다.

-수록곡-
1. Padam padam [추천]
2. Hold on to now [추천] 
3. Things we do for love
4. Tension
5. One more time [추천]
6. You still get me high [추천]
7. Hands
8. Green light
9. Vegas high
10. 10 out of 10
11. Story
김태훈(crapter0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