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Aphrodite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
2010

by 소승근

2010.07.01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는 음악계의 일반적인 공식이 들어맞지 않는 대표적인 가수다. 디바라고 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가창력에 자신의 곡을 주도적으로 창조하는 싱어 송라이터도 아니며 43살(1968년 생)이라는 호적상의 나이는 10대와 20대가 주름잡고 있는 섹시 여가수와의 대결구도에서 노쇠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이 세 가지 약점에도 불구하고 카일리 미노그는 여전한 관능미를 발산하며 23년 동안 11장의 정규음반을 발표하며 롱런했다. 댄스 가수로 이런 활동력을 보여주는 댄스 팝 여가수는 많지 않다.

호주 출신의 카일리 미노그는 1988년에 'I Should be so lucky'와 리틀 에바(Little Eva)의 고전 'Loco motion'의 리메이크로 북미 지역에서도 인지도를 높였지만 그 이후부터는 오스트레일리아와 유전적으로 더 친밀한 영국 그리고 유럽 지역에 집중했다.

1988년부터 'Can't get you out of my head'가 7위에 오른 2002년까지 14년 동안 미국에서 싱글 히트곡은 없었지만 영국에서는 1990년대를 포함해 2000년대까지 모두 4장의 앨범이 정상을 차지했다. 11번째 앨범 < Aphrodite >도 영국에서는 2010년 6월에 발매하자마자 첫 주에 1위로 데뷔했다. 영국에서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매 10년마다 차트 1위를 차지한 가수는 카일리 미노그 뿐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앨범 타이틀로 선택한 것만으로도 카일리 미노그가 이번에도 매혹적인 몸매를 과시한 뇌쇄적인 댄스 팝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미국에서 139위 밖에 오르지 못한 10번째 작품 < X >의 실패는 카일리 미노그의 노출 수위를 조절하게 만들었다. 예전에 비해 속살의 온도는 낮아졌지만 그의 초이스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하드웨어는 에로스를, 소프트웨어는 뮤즈를 표방한 것이다.

2005년에 카일리 미노그가 시저 시스터스(Scissor Sisters)의 멤버 제이크 시어스(Jake Shears)와 베이비대디(Babydaddy)와 함께 작곡한 'I believe in you'를 연상시키는 첫 싱글 'All the lovers'는 이미 구라파 지역에 급속히 퍼지며 여신의 재림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킨(Keane)의 보컬리스트 팀 라이스 옥슬리(Tim Rice Oxley)와 타이오 크루즈(Taio Cruz), 제임스 모리슨(James Morrison),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등과의 작업으로 명성을 얻은 프로듀서 겸 작곡가 프레이저 티 스미스(Fraser T. Smith)가 함께 작곡한 'Everything is beautiful'과 'I believe in you'에 이어 다시 한 번 시저 시스터스의 리더 제이크 시어스와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를 영입해 발표한 'Too much'의 화제성도 앨범의 한계점을 넘어선다.

레이디 가가(Lady Gaga)와 케샤(Kesha), 라 루(La Roux)의 급발진은 그 시대성과 유행의 불가피성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카일리 미노그는 다르다. 20년 이상, 전자음원으로 댄스 팝에 수절한 카일리 미노그는 그들의 아름다운 롤 모델이다.

-수록곡-
1. All the lovers [추천]
2. Get outta my way
3. Put your hands up (If you feel love)
4. Closer
5. Everything is beautiful
6. Aphrodite [추천]
7. Illusion [추천]
8. Better than today [추천]
9. Too much [추천]
10. Cupid boy
11. Looking for an angel
12. Can't beat the feeling
소승근(gicsuck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