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Body Language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
2003

by 소승근

2003.11.01

'Can't get you out of my head', 'In your eyes', 'Come into my world'가 수록된 <Fever>로 재기해 달콤한 성공을 만끽한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가 2년만에 새로운 음반 <Body Language>로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신작 <Body Language>는 전 세계를 무대로 6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전작 <Fever> 보다 더 관능적이고 뇌쇄적이다. 전체적으로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채색되었지만 리듬은 흐느적거리고 카일리 미노그의 음색은 일부 여성을 포함한(?) 많은 남성들을 녹인다. 데뷔 초기의 귀여움과 발랄함이 성숙함과 섹시함으로 자리바꿈한지 오래다. 이번 앨범의 제목처럼 그는 온 몸으로 음반 세일즈를 펼친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두텁게 덧입혀진 은근한 첫 싱글 'Slow'와 어반 리듬 앤 블루스를 시도한 'Chocolate'에서 카일리 미노그의 보컬은 발기부전증 치료제로 쓰일 정도로 음란(?)하다. 그다지 뛰어난 보컬리스트가 아닌 그로서는 솔직한 방법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클럽 댄스용 트랙으로 안성맞춤인 'Still standing'과 리사 리사 & 컬트 잼 위드 풀 포스(Lisa Lisa & Cult Jam with Full Force)의 1985년 히트곡 'I wonder if I take you home(34위)'을 샘플링 한 'Secret (Take you home)', 그리고 프랑스 출신의 일렉트로닉 그룹 다프트 펑크(Daft Funk)의 음악 스타일을 그대로 전수한 'Sweet music' 등 듣기 좋고 흥겨운 곡들이 전반부에 포진하고 있다.

반면 중반 이후부터는 'Someday'나 트립합을 연상시키는 'Loving days', 그리고 'Can't get you out of my head'를 창조한 여성 댄스 싱어 송라이터 출신의 캐시 데니스(Cathy Dennis)가 작곡한 'After dark' 같은 발라드 트랙들이 음반을 차분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카일리 미노그는 <Body Language>의 발매를 앞두고 <더 선>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35살이다. 앞으로는 대중들 앞에서 과감하게 노출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은 그가 더 이상 단지 '섹스 어필'로 성공하는 가수가 아닌 아티스트로 인정받길 원한다는 뜻이지만 이번 음반의 자켓에서 카일리 미노그는 1950년대의 섹스 심볼 브리짓드 바르도의 이미지를 이용하고 있다.

과감한 노출도 고맙고(?), 도발적인 스타일도 좋고, 음악도 흥겹다. 그러나 말과 행동이 다르기에 솔직한 몸매를 드러낸 <Body Language>는 반대로 솔직하지 않은 음반이다.
소승근(gicsuck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