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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sion II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
2024

by 김태훈

2024.11.14

긴장과 해방의 경계를 오가는 댄스플로어를 구축한 카일리 미노그의 < Tension >은 그의 새로운 황금기를 열었다. 레트로한 디스코와 세련된 멜로디의 결합에 매혹적인 보컬까지 더해진 작품의 에너지, 그리고 히트곡 'Padam padam'의 열기는 건재하다는 사실의 증명을 넘어 부활 선포에 가까웠다. 이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에는 아쉬웠던 것일까? 고혹적인 언어와 음률이 가득한 화려한 축제의 영속을 꿈꾸는 속편, < Tension II >가 등장했다.


전작이 그랬듯, 초반부는 가장 화려하면서도 중독성 강한 포인트를 가진 트랙을 배치했다. 슈퍼모델이 등장하는 것처럼 화려하게 앨범의 문을 여는 'Light camera action'이나 정통 디스코 스타일을 들려주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살아 있는 'Taboo'는 두 번째 파티의 초입을 성공적으로 빛내는 곡들이다. 이들은 세련미과 복고적인 매력을 갖춘 베테랑 카일리 미노그의 끝나지 않을 댄스 팝을 선보이겠다는 앨범의 의도를 정확하게 드러내는 역할도 겸한다.


'Padam padam'의 아성을 뛰어넘을 만한 트랙은 없지만, 대부분의 곡이 전작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아 즐겁게 듣기에는 나쁘지 않다. 익숙한 즐거움으로 무장한 물량 전술인 셈이다. 특히 'Kiss bang bang'은 중독성 강한 후렴구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Padam padam'과 가장 유사한 트랙이다. 전략의 반복이지만, 전작의 속편 앨범인 만큼 이 또한 유효하다. 'Diamonds'는 히트곡 'Can't get you out of my head'의 향취를 섞어내 노스탤지어를 확보한다.


다만 지나치게 익숙한 풍미는 어쩔 수 없이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무난한 곡들의 존재 자체는 곧 앨범의 완성도 면에서 단점이 된다. 'Hello'는 아예 해당 곡만의 특징이 없고 지나치게 익숙한 요소들로만 조립되어 있어 언제 왔다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금세 휘발된다. 'Dance to the music' 역시 곡 전개, 가사, 보컬 모든 면에서 평이하고 안전하기만 할 뿐, 번뜩이는 점은 없다. 그나마 'Shoulda left ya'가 감성적인 완급 조절을 들려주면서 애매해질 뻔했던 분위기에 여운을 남긴다. 그래도 여기서 앨범이 끝났다면 나름 훌륭한 속편이었겠지만, 아직 네 곡이 남았다.


이들은 과거 로비 윌리엄스와의 콜라보곡 'Kids'처럼 신선하고도 새로운 포인트가 되어야 했겠지만, 되려 부조화의 결과물을 남긴 채 억지 애프터 파티를 이어간다. 비비 렉사, 토브 로가 함께한 'My oh my'는 선명했던 카일리 미노그의 음색이 무너지고 과잉된 소리만이 남아 있다. 디플로, 컨트리 가수 오빌 펙과 협업한 'Midnight ride'는 좋은 멜로디와 쫀쫀한 구성을 가진 컨트리 팝이지만, 보컬이 서로 어우러지지 않고 앨범의 흐름상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마지막 트랙 'Dance alone'은 시아의 존재감이 너무 강한 나머지, 앨범의 주인이 희미해진 상태로 작품이 끝나는 이상한 상황을 만들었다. 


< Tension >이 앨범의 퀄리티나 화제성 등 여러 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던 만큼, < Tension II >의 장기적인 흥행 전략 자체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수록곡들은 전작의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도 더욱 탄탄한 유기적 연결을 들려주며 'Taboo'를 비롯한 여러 곡은 더 깔끔한 비트와 멜로디를 지니고 있기에, 어쩌면 전작보다 밀도 있는 댄스 팝 앨범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즐겁고 지난번보다 더 나은 지점이 있을지언정 오랜 반복은 빠르게 피로감을 불러온다. 이에 관한 해결책이 되어줄 수도 있었던 콜라보곡들은 피곤해진 사람들이 파티장에서 빠져나가게 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그 속에서도 여전히 넘치는 에너지로 춤을 추는 카일리 미노그의 모습 자체는 경이롭지만, 모든 이들의 즐거운 텐션이 그처럼 영원할 수는 없다.


-수록곡-

1. Lights camera action [추천]

2. Taboo [추천]

3. Someone for me

4. Good as gone

5. Kiss bang bang [추천]

6. Diamonds

7. Hello

8. Dance to the music

9. Shoulda left ya

10. Edge of saturday night

11. My oh my (with Bebe Rexha & Tove Lo)

12. Midnight ride

13. Dance alone

김태훈(crapter0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