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에 이르지 못한 변화다. ‘변성’이라는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다시피 < Metamorphic >은 캐릭터를 굳히는 작품이 되기를 거부하지만 그렇다고 유의미한 도전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일반적인 K팝 음반을 상회하는 14곡의 분량, 첫 정규 앨범이라는 상징성이 무색하게 수동적으로 떠밀린 시도의 나열에 그치는 음반이다. 팀의 역량을 신뢰하기보다 격변하는 주변 환경을 지나치게 살핀 탓에 본래 지닌 경쟁력마저 놓쳐버렸다.
스테이씨는 산뜻한 ‘ASAP’과 ‘색안경’ 계열과 어두운 ‘So bad’와 ‘Run2u’ 두 노선을 오가는 팀이었다. 저돌적인 비트로 판을 차린 타이틀곡 ‘Cheeky icy thang’은 한동안 끊겼던 후자의 대를 이으려 하나 진하게 쏘아대는 후렴도 인트로의 위압감도 없다. ‘Teddy bear’의 따끔함이 아닌 ‘Bubble’의 유치함만이 가득한 가사로 시작해 튠을 덕지덕지 바른 랩을 거쳐 단순한 세 어절 훅의 반복으로 매듭짓는 허술한 골조에 노래는 완성본이 아니라 티저를 조합한 팬메이드 버전처럼 들린다.
매번 다른 콘셉트에도 그룹의 음악이 꾸준히 생존했던 비결은 겹치지 않는 음색의 교차 타격이었다. 이렇다 할 포인트 없이 3분 아래로 러닝타임을 깎아낸 대다수 곡은 대중 친화적 작법을 특별하게 포장했던 멤버들이 활약할 공간조차 부족하고, 소규모 편성으로 각자 매력을 과시해야 할 유닛 트랙은 그저 흐릿하게 지나간다. 특히 아이돌 걸그룹 중 흔치 않게 저음역대를 보유했음에도 ‘Poppy’ 이후 지속되는 재이 보컬의 홀대는 이해되지 않을 정도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3’를 재해석한 리듬의 ‘1 thing’ 말미에 덧붙인 브레이크비트, 말 그대로 UK 개러지를 가져만 온 ‘Find’ 등 유행을 따라잡으려는 조급함이 팀에 깊게 드리웠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수의 기량을 중심에 놓지 않아 실행 가능한 경쟁자의 전략을 체질부터 다른 그룹이 억지로 삼켜가며 힘겹게 소화할 이유는 없다. 경계태세를 푼 채 직진하는 팝 록 트랙 ‘Stay with me’와 다양한 소스를 시원한 목소리로 돌파하는 ‘Trouble maker’가 선사하는 쾌감이 좋은 반대 예시다. 스테이씨 음악의 성패는 가창 운용에 달려있다.
급하게 끝나긴 해도 ‘Twenty’는 개성적인 톤의 조화로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는 트랙이며 ‘Cheeky icy thang’도 빌드업에 따른 긴장을 해소할 결정타만 있었더라면 나름 그럴듯한 노래가 되었을 법하다. 기획 차원보다는 실행 단계의 문제인 것이다. 탈피의 시기는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찾아올 수밖에 없고, 인내와 고통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지가 향후를 판가름한다. 안정적인 변태(變態, metamorphosis)를 위해 애벌레가 꿔야 할 꿈은 천적의 악몽 대신 나비의 형상이다.
-수록곡-
1. Twenty [추천]
2. Cheeky icy thang
3. 1 thing [추천]
4. Give it 2 me
5. Find (Sieun & Seeun & J)
6. Let me know
7. Nada
8. Fakin’ (Sumin & Yoon)
9. Roses (ISA)
10. Beauty bomb
11. Gummy bear
12. Stay with me [추천]
13. Flexing on my ex
14. Trouble maker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