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홀연히 자취를 감춘 혁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무심하게 돌아왔다. 대만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와 손을 잡고 선공개 싱글 'Young man'으로 근황을 알린 뒤 합작 앨범 < AAA >으로 공식 복귀의 마침표를 찍은 것. 알고 지낸 시간이 긴 만큼 두 팀의 합이 절묘하다. 오혁의 영적인 보컬과 고즈넉한 목가적 합주, YMO를 연상케 하는 신시사이저 터치, 잔향이 흘러넘치는 기타 모두 하나의 일원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근래 인디 신의 키워드인 '아시안 팝'의 득세를 체감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국적을 막론한 협업은 물론 독창적 색감을 제공한 뮤직비디오는 일본 출신 감독 페나키(Pennacky)의 솜씨다. 여간 흥미로운 트랙이 아닐 수 없다. 등장 시기나 소재 같은 담론적 측면을 떠나, 혁오의 새 작업물을 목 빠지게 기다린 이들과 주체성을 지닌 웰메이드 독립 음악을 기다렸던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