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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Tune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2024

by 소승근

2024.09.26

대중은 피프티 피프티가 1년 7개월 만에 발표하는 음반이 조금은 미흡해도 응원하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룹의 멤버들과 소속사 어트랙트는 사람들의 그런 의무감을 덜어주려는 듯 완벽에 근접한 음반으로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결국 고난을 이겨낸 감동적인 스토리도, 멤버들에게 헌신한 소속사 대표의 지극정성도, 전홍준 대표와 키나에 대한 동정과 연민도 모두 조연일 수밖에 없다.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의 훌륭한 보컬과 좋은 노래가 주연이다. 퍼포먼스만을 노린 화려하고 어지러운 곡이 아니라 우리가 흥얼거리고 처음 들어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말 그대로 대중의 음악,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 선하고 자연스런 선율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가창력과 음색이 피프티 피프티의 강점이고 색깔이다.

 

음반 제목에는 라디오 주파수를 뜻하는 단어 Tune을 넣어 ‘Radio friendly(라디오에서 틀만한 대중적인 노래를 의미)’를 지향하는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의 신념을 담았다. 수록된 ‘Push your love’, ‘SOS’, ‘Starry night’, ‘Gravity’는 언제, 어디서, 누가 들어도 부담 없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트랙들. 큰 틀 안에서 데뷔앨범 < The Fifty >와 싱글 ‘Cupid’의 연장선에 있지만 보컬 라인은 달라졌다. 4인조에서 5인조로 멤버가 증가해 빛나는 하모니를 풍성하게 쌓았고 랩만 구사했던 키나는 가창과 싱잉 랩의 비중을 높였다. 지난 해 연말에 커버한 시아의 ‘Snowman’과 지난 8월에 공개한 스페셜 라이브 영상이 그 시작이었다. 모든 곡에서 도입부를 맡은 아테나는 막내답지 않은 중저음 음역대로 곡의 중심을 잡아 샤넬과 하나의 고음을 비춘다. 이것으로 현재 K팝 노래에서 듣기 힘든 서사적인 EDM 록 넘버 ‘Gravity’와 카밀라 카베요, 숀 멘데스의 듀엣곡 ‘Senorita’처럼 느긋하고 여유로운 라틴팝의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한 ‘SOS’가 탄생했다. 보컬의 승리고 편곡의 완성이다.

 

화사한 봄날처럼 밝고 가벼운 버블검 노래 ‘Push your love’는 ‘Cupid’를 이어가고, JYP 걸그룹 노래 같은 ‘Starry night’은 한국어 버전보다 연음이 많은 영어 버전이 조금 더 자연스럽다.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로크 주법으로 1970년대 고고 리듬을 끌어들인 ‘SOS’는 중장년층에게도 소구력을 발휘한다. 사브리나 카펜터의 ‘Please please please’와 마일리 사일러스의 ‘Flowers’처럼 간결하고 담백한 연주로 최근의 요란한 K팝 트렌드와는 대척점을 이룬 이 곡은 피프티 피프티의 정체성이다.

 

데뷔앨범 < The Fifty >에도 전체 분위기와 결이 다른 ‘Log in’을 수록해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힌 것처럼 < Love Tune >에서는 ‘Gravity’가 그들의 잠재력을 확장한다. 음반을 공식적으로 발매하기 전에 어트랙트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다는 ‘Gravity’는 화려한 불꽃놀이 같은 샤넬과 하나의 광대한 보컬이 모든 것을 압축한다. 희망과 절망, 노력과 포기, 환희와 슬픔, 간절함과 무덤덤함 등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한 두 멤버의 단단한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감정에 이입한다. 아테나의 중저음에서 샤넬의 고음으로 이어지는 브릿지가 전율을 선사하는 이 곡은 EDM과 하이퍼 팝을 록의 폭발력과 교향곡의 웅장함으로 끌어안아 K팝의 신기원을 이룩한다. 하트의 앤 윌슨과 팻 베나타의 파워 보컬이 떠오르는 샤넬과 하나의 진성 그리고 이것을 받쳐주는 아테나, 키나, 예원의 중저음 코러스가 동반상승하며 대중을 무결점의 무중력 공간으로 끌어당긴다. 지난 9월 20일에 열린 쇼케이스 무대에서도 이 응축된 에너지를 폭발시킨 ‘Gravity’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이중국적 멤버가 둘이지만 노랫말이 잘 들리는 것은 짧은 시간에 이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월등한 가사 전달력으로 ‘SOS’가 키나의 심정을, 다른 곡들은 멤버들의 우정과 믿음, 애정과 신뢰, 기다림에 대한 고마움, 데뷔의 기쁨을 선명하게 전달한다. < Love Tune >은 지난 시간 동안 그들이 느꼈고, 말하고 싶었던 솔직한 감정을 곱고 선한 음악으로 축출한 앨범이다. 위대한 서사를 완수한 피프티 피프티의 역사는 다시 작성되어야 한다.

 

-수록곡-

1. Push your love [추천]

2. Starry night

3. Starry night (English version) [추천]

4. SOS [추천]

5. SOS (English version) [추천]

6. Gravity [추천]

소승근(gicsuck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