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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e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
2024

by 정기엽

2024.10.11

스트레이 키즈의 자신감과 현재만을 담은 앨범이다. 이 같은 여유의 근거는 수만 명을 운집한 해외 유수 페스티벌 헤드라이너, 빌보드 앨범 차트 5연속 1위 등의 가시적인 성과다. 기록만 놓고 본다면 현재 K팝 그룹의 가장 선두에 있는 그룹인 점은 명백하다. 멤버 수 8과 같은 발음인 < Ate >를 제목으로 사용해 ‘씹어 먹었다’는 의미를 내포하며 기세등등한 포부를 초장부터 눌러 담는다.


승리를 과식했다는 표현을 쓴 타이틀부터 개성이 뚜렷하다. 라틴 팝을 기반으로 한 ‘Chk chk boom’은 ‘Maniac’ 등 스트레이 키즈가 그간 발표한 강한 느낌의 대표곡에 비하면 여유롭다. 강렬한 매력을 발산하거나 뚜렷한 음색으로 멜로디를 강조하거나, 후렴구를 영리하게 반복해 다채롭게 개별 능력치를 충분히 표출한다. 혀를 굴리는 창빈의 랩 또한 별첨 스프 같이 독특한 맛을 불어넣는다. ‘Case 143’에 이어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스트레이 키즈 곡의 탄생이다.


기존의 매콤함을 그리워했을 이들을 위한 선택지 ‘Jjam’ 또한 훌륭하다. 앨범 전체가 가진 힘을 이 두 곡이 대부분 견인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재밌는 표현에 걸맞은 익살스러운 변주에서 자체 프로듀싱 팀 쓰리라차의 노련함이 잘 드러난다. ‘마라 맛’ 한 우물을 꾸준하게 판 뚝심이 장인정신으로 나아간 결과다. 이후로 분위기를 전복하는 ‘또 다시 밤’은 숨은 보석. 멤버 한의 지휘 아래 차분한 분위기의 랩과 보컬을 적절히 섞어 알앤비의 지루함은 덜고 본인들의 부드러운 모습까지 더했다.


다만 이음새가 깔끔하지 않아 생명력을 유지하는 힘이 금세 떨어진다. 수록곡 각각이 가진 의의와 목적은 명확하나 청취를 이끄는 마성이 되지는 못했다. 폭발하는 에너지를 담은 ‘Mountains’는 뒤이은 타이틀과 상반된 분위기로 충돌하고, ‘Runners’는 드럼 앤 베이스 경험치를 쌓았다 이상의 특색을 찾아볼 수 없다. 싱글로 떼어놓고 본다면 훌륭할 수 있다. 하지만 음악 한 곡과 음반 한 장의 문법은 다르다.


대표 메뉴의 맛은 뛰어나나 사이드는 그에 준하지 않는 맛집이다. 앞으로의 공연 분위기를 주도할 만한 주력 곡들이 뛰어나지만 그 이상의 흡인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흥행 요소에 집중하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고 이런 빠른 판단이 지금의 스트레이 키즈를 만든 것도 분명하다. 이제는 견고한 자리에 어울리는 앨범이 등장할 차례,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상품보다 작품을 만들어야 할 때다. 


-수록곡-

1. Mountains

2. Chk chk boom [추천]

3. Jjam [추천]

4. I like it

5. Runners

6. 또 다시 밤 [추천]

7. Stray kids

8. Chk chk boom (Festival ver.)

정기엽(gy2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