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JYP 엔터테인먼트의 주요 보이그룹을 묶는 단어는 ‘뚝심’이다. 묵묵히 걸어온 끝에 국내 밴드 사운드 활성화의 한 축을 이룬 데이식스, 메탈까지 뻗으며 록 페스티벌 라인업을 파고든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처럼 스튜디오 J 레이블의 성과도 대단하나 진정한 외골수는 스트레이 키즈다. 자체 프로듀싱 팀 ‘스리라차’의 지휘 아래 하드한 랩 구성을 줄기차게 밀어붙인 이들의 성과는 신보 < Karma >를 포함해 일곱 번의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이라는 기록이 뒷받침한다.
약 1년간의 월드 투어를 끝마치자마자 발표한 네 번째 정규 앨범으로 스트레이 키즈는 그간의 업적을 자축한다. 환호성 소리를 곁들인 이들의 축포 ‘Ceremony’는 그러나 성과를 만끽하는 곡치고는 빈약하다. 기이한 비트 위 앨범 제목을 성의 없게 반복하는 후렴은 무성의하다는 인상만이 강하고, 절반 이상을 영어로 채운 랩 파트도 특별히 걸리는 구간 없이 지루하다. 공연 종료 직후 관객 퇴장 음악 같은 페스티벌 버전 리믹스와 함께 노래는 폭죽이 남긴 연기처럼 빠르게 흩어진다.
늘 ‘스트레이 키즈다운’ 전법을 구사하는 타이틀곡과 별개로 그룹은 앨범에 팝적인 곡을 꽤 수록했다. 동일한 양상에서 이번 음반의 위력은 기존보다 약하다. 애쉬 아일랜드를 많이들 떠올릴 듯한 이모(Emo) 힙합 ‘엉망’은 팀과 영 어울리지 않으며 멈블 랩을 채택한 ‘Creed’는 전달력 면에서의 강점마저 놓치고 말았다. 후반부 트랙이 비교적 안정적이긴 하나 ‘Phoenix’의 뻔한 비유도 그렇거니와 < 樂-Star >와 < Maxident >의 수록곡이 제시한 의외의 번뜩임에는 미치지 못한다.
처음과 중간을 지탱하는 트랙의 기세만은 굳건하다. 부정적 키워드를 소음 검열처럼 차단한다는 ‘삐처리’는 필릭스의 저음을 적소에 활용해 지난 ‘Megaverse’와 ‘위인전’, ‘Mountains’로 이어지는 탄탄한 오프닝 트랙 계보를 연장하고, 조금은 상투적인 언어유희의 ‘반전’은 스포츠 게임의 모티프와 사운드 밀도의 균형감으로 충분한 관전의 재미를 갖춘다. 주전과 나머지의 부진에도 분투하는 에이스 격의 존재다.
남성 아이돌 대중성 후퇴의 주범이라는 평가를 받기는 하더라도 세간의 시선과 무관하게 대형 팬덤을 구축한 이들이기에 히트곡에 대한 요구는 이치에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스트레이 키즈에게 건네야 할 질문은 여태까지 그려온 그래프의 갱신 여부일 테다. < Karma >의 답변은 부정에 기운다. 오래 쌓아온 기량은 이제 흔들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들은 분명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
-수록곡-
1. 삐처리 [추천]
2. Ceremony
3. Creed
4. 엉망 (Mess)
5. In my head
6. 반전 (Half time) [추천]
7. Phoenix
8. Ghost
9. 0801
10. Ceremony (festival version)
11. Ceremony (English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