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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a
시저(SZA)
2024

by 염동교

2025.02.14

발매 3년이 채 안 된 지금 21세기 명반 리스트에 고개를 내밀만큼 시저의 2022년 정규 2집 < SOS >의 지위는 공고하다. 2025년 1 10일 게재된 따끈따끈한 롤링스톤 선정 21세기 최고의 앨범 3위와 2024년 애플뮤직 선정 역대 최고의 앨범 72, 깐깐하기로 소문난 피치포크의 호평 세례까지 2020년대 리듬 앤 블루스 마스터피스의 한 자리는 예약한 모양새다.


상찬의 연속 < SOS > 발매 전후로 5년간 작업해 둔 100여 곡에서 알앤비 특화 프로듀서 카터 랭과 협의한 곡들을 선별했다. 그러다보니 2년의 발매 간격에도 작품의 연쇄성을 확보했으며 'Saturn'같은 기발매 곡과 신곡과의 융화도 자연스럽다. 런던 아트팝 집단 플로렌스 앤 더 머신의 각종 디럭스 버전처럼 원작의 예술성에 새로운 채색을 더해따로 또 같은작품 < Lana >를 탄생시켰다.


특유의 드럼 비트로 1980년대 음향 조류를 형성한 롤랜드 사의 명기 TR-808를 활용한 ’30 for 30’ ‘Rhythm of the night’ ‘I like it’ 같은 소울/펑크(Funk) 명작을 주조했던 디바지 출신 바비 디바지의 음색을 담았다. 시저의 과거시제를 향한 관심을 드러냈다.


신시사이저가 쌓은 ‘Crybaby’ 속 몽환의 겹이 청자를 미혹하고, 영화 거장 마틴 스콜세지의 갱스터물 속 주인공을 자신의 파트너로 염원하는 ‘Scorsese baby daddy’,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요구하며 팝 슈퍼스타 이전의 한 인격체임을 강조한 ‘Love me 4 me’ 등 수록곡 고루 준수하며 개성적이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과 비니시우스 지 모라에스 콤비의 보사노바 걸작 'The girl from Ipanema'를 차용한 'Bmf'가 신곡의 중심축으로 기능한다.


시저와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구축한 아르헨티나-페루계 디자이너 알레한드라 에르난데즈가 창조한 기묘한 앨범아트와 자연과 식물을 배경으로 한 각종 스틸 이미지, 1분 안팎의 앨범 오피셜 티저 영상은 < Lana >만의 고유성이다. 시저가 구름 위를 떠다는 신비주의 스타 대신 발이 땅에 붙어 있는 인간미를 택했으며 동식물과 생명체를 향한 애정이 지대함을 엿볼 수 있다. 그런 진솔한 한 인격체로서의 서사가 앨범 곳곳을 관류한다.


2025 29, < Lana > 리이슈의 네 트랙 추가가 팬들에게 또다시 놀라움을 안겼다. 돈 톨리버가 참여한 멜랑꼴리한 ‘Joni’과 랩과 싱잉의 동시다발 매력을 전달한 ‘Take you down’은 앨범의 판세를 뒤집을만한 무기들은 아니지만 명품 뮤지션의 곡을 더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유의미하며 톤과 뉘앙스 측면에서 기존 트랙들과의 유기성을 이룸은 매한가지다.


38, 2시간에 이르는 장대한 러닝타임이 얼핏 압박감으로 다가오나 음악적 전성기에 오른 아티스트의 창작 집대성의 의미는 충분하다. < SOS >와 분리해도 좋을만한 신곡 분량과 완성도임에도 연속성과 연결성을 위한 선택이 용감하며 도전적이다. 창작의 자주성 측면에서 메리 제이 블라이즈와 앨리샤 키스같은 선배들의 계보를 잇는 시저는 상업지대와 작가주의의 능란한 경유로 현시대 독보적 알앤비 뮤지션임을 증명했다.


-수록곡-

1. No more hiding
2. What do I do
3. 30 for 30 (With Kendrick Lamar)
4. Diamond boy (Dtm)
5. Bmf [추천]
6. Scorsese baby daddy 
7. Love me 4 me [추천]
8. Chill baby
9. My turn
10. Crybaby [추천]
11. Kitchen 
12. Get behind me (interlude)
13. Drive [추천]
14. Another life
15. Saturn [추천]
16. Joni (Feat. Don Toliver)
17. Take you down 
18. Open arms ("just SZA" solo version)
19. Psa

염동교(ydk88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