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이름들이 보인다. 아이유 공전의 히트곡 '잔소리'의 핵심 주역인 임슬옹과 이제는 배우로 더 유명해진 애프터스쿨 출신 나나가 콜라보 싱글을 발표하며 오랜만에 가수로서 복귀식을 치렀다. 재가동에는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법.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떠오르는 피아노 사운드를 길잡이 삼아 악기를 차근히 덧대는 적적한 구성, 그리고 적절하게 파트를 나눠 갖는 혼성 듀엣의 포맷 모두 교과서적이다.
대신 여타 차트 위 인스턴트 발라드처럼 빠르게 달아오르지 않고 예열의 예열을 거쳐 천천히 완급을 조절하는 침착함이 조그마한 차별점을 더한다. 두 가수가 지닌 독자적 음색을 살짝 낮추고 하나의 보컬처럼 들리도록 연출한 방향성도 그렇다. 앞다투어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 서로 보완하는 자세를 고수한 덕에 곡 전반에 편안하고 부드러운 기조가 내내 감돌 수 있던 것. 누구나 아는 메뉴이기에 맛은 보증될 수 있어도, 깔끔하게 뒷맛을 내는 건 이런 디테일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