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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k U Skrillex You Think Ur Andy Warhol But Ur Not!! <3
스크릴렉스(Skrillex)
2025

by 박승민

2025.04.09

2025년 만우절, 스크릴렉스의 홈페이지에 메일을 등록하였던 팬들에게 돌연 파일 하나가 도착했다. 트랙 구분조차 하지 않은 46분의 음원은 형식과 내용 양쪽으로 충격을 안겼다. 오래전 유출로 내놓지 못한 곡에 더해 마치 드롭스 온리(Drops only) 비디오처럼 하이라이트가 계속되는 구성, 쉴 새 없이 멘트를 내뱉는 디제이 스모키(DJ Smokey)의 존재는 키치한 타이틀 < F*ck U Skrillex You Think Ur Andy Warhol But Ur Not!! <3 >에 믹스셋의 성격을 부여한다. 최근 그가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마이애미에서 1시간 17분 동안 50곡 이상을 틀었음을 고려하면 분량도 얼추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디스코그래피 전체에 대한 조각 모음과 같다. 몸소 히트시킨 장르이자 본래 UK 덥스텝과 구분 짓기 위한 밈 혹은 멸칭이었던 브로스텝(Brostep)을 되살리고 근래의 베이스 뮤직 또한 삽입함으로써 전방위적 복각을 완수한다. 개중 원래대로라면 한참 전 세상에 나왔어야 할 ‘San Diego VIP’와 ‘Voltage’의 육중한 워블 베이스가 도맡는 후반부가 참으로 아찔하다. ’Summit’의 아카펠라를 가져온 ‘Things I promised’뿐만 아니라 각각 토로 토로(Torro Torro)의 ‘Make a move’와 켄드릭 라마의 ‘Humble’ 리믹스에서 사용했던 리듬 패턴 및 텍스처를 그대로 차용한 ‘Spitfire’, ‘Hold on’까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의 레퍼런스는 커리어의 각 지점을 보다 세밀히 재현해 낸다.


더불어 수많은 참여진을 톺아보았을 때 또 다른 목적을 발견할 수 있다. 시규어 로스의 보컬 욘시를 대동한 ‘Look at you’와 ‘Supersonic (my existence)’에 이은 100 겍스 멤버 딜런 브래디와의 협업이 주목을 낚아채는 한편 오래간 그와 같은 무대에서 활약한 동료들이 장식하는 크레딧이 흥미롭다. 브로스텝의 총아 버추얼 라이엇과 리딤(Riddim) 계에서 묵직한 베이스로 정평이 난 스페이스 레이시스, 트랩 신을 누벼 온 우키와 지 존스를 비롯한 디제이들이 대표적이다. 오롯이 스스로의 작업물로만 짜는 경우가 드문 믹스셋처럼 앨범 역시 다양한 파트너의 힘을 빌려 장르 전반을 넓고 깊게 아우르며 메인스트림으로 끌어올렸다.


쟁쟁한 명단 가운데서 제일 많은 트랙을 거든 스위디엠(swedm®)은 단연 주목할 만한 이름이다. 이들은 스웨덴 EDM의 유산을 잇는다는 표어 아래 레이블 이어0001(YEAR0001) 소속 유로헤드와 바르그투트레이드마크(Varg²™) 등이 결성한 컬렉티브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던 드레인 갱과의 접점을 자연스레 포착 가능한 까닭이다. 전작 < Don’t Get Too Close > 속 ‘Ceremony’와 ‘Real spring’의 연장선에 놓인 ‘See you again VIP’, ‘G2G’는 스크릴렉스가 단순 과거를 반추하고 현재를 투사하는 일에만 만족하지 않음을 방증한다. 빠르게 질주하는 와중에도 그의 시선은 저 멀리를 바라본다.


냉소적인 커버 아트, “스크릴렉스는 죽었다, 우리가 그를 죽였다”고 소리치는 내레이션, 경이로운 믹싱 능력을 생각했을 때 다분히 의도적인 저음의 불균형 같은 요소를 고려했을 때 떠오르는 결론은 단 하나. 본작은 그의 음반 중에서도 가장 자유분방한 동시에 주도면밀하다는 것이다. ‘Biggy bap’에 삽입된 “이 비트 드롭은 애틀랜틱 레코즈에 의해 압수당했으며 침묵으로 대체되었습니다”라는 발언으로 트롤링과 독립 시도를 같이 수행하는 대목에선 언중유골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전통적인 앨범의 형식을 해체하면서도 자신의 의도와 순수한 희열을 전달하겠다는 목표 모두를 끝내 초과 달성했다.


엔딩 ‘Azasu’에서 최후의 과녁이 나타난다. 명멸하는 신시사이저 위로 함께한 아티스트들을 호명하며 팬들 없이는 존재하지 못했으리라고 감사 인사를 보내는 장면. 누군가는 상투적인 마무리라고 혀를 차겠으나 발매부터 된불에 가까웠기에, 또 앞서 자극의 역치를 한껏 높여 두었기에 이러한 낙차는 외려 달갑게 다가온다. 이 모든 담론을 제하고도 순전히 음악만으로도 매력적인 결과물은 EDM의 본질을 곧바로 관통한다. < Quest For Fire > 시기를 상징하는 꽁지 머리를 잘라 내고 재등장한 스크릴렉스, 이제 부활이라는 단어조차 행적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그는 클럽 신에서 영속할 불멸의 상징이다.


-수록곡-

1. Skrillex is dead (With DJ Smokey)

2. Spitfire (With Hawaii Slim) [추천]

3. While you were sleeping VIP (With Virtual Riot & Nakeesha)

4. Slickman

5. Tears lost drop (With Sleepnet & Joker)

6. Things I promised

7. Recovery (With Space Laces)

8. Andy

9. Squish clip

10. Look at you (With Jónsi) [추천]

11. Gulab xx (With Naisha)

12. Momentum (Feat. ilykimchi) (With Zacari & Starrah)

13. Animals beat (With Team EZY)

14. Mirch test (With Virtual Riot & Nakeesha)

15. Hold on 

16. See you again VIP (With swedm® & LOAM)

17. Morja kaiju VIP [추천]

18. Korabu (Feat. Eurohead, Varg²™, Whitearmor & jamesjamesjames) (With bgirl & PARISI) [추천]

19. Redline dash [추천]

20. Zeet noise (With Boys Noize & Dylan Brady)

21. Booster (With Dylan Brady)

22. Fricky VIP

23. Ultra intro (With LH4L)

24. Jungundra

25. Druids (With G Jones)

26. Biggy bap (With Wuki) [추천]

27. Say goodbye (With swedm®)

28. Mosquitotouille

29. Baby royal (With swedm®)

30. G2G (With swedm® & Badriia) [추천]

31. Dnb ting (With Majestic)

32. San Diego VIP [추천]

33. Voltage [추천]

34. Azasu (With swedm® & DJ Smokey)

박승민(pvth05m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