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틈 없이 모습을 달리하는 K팝 신은 언제나 두 가지 덕목을 요구한다. 다른 이들과의 뚜렷한 차별점을 제시하는 정체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시류와 발을 맞추는 적응력도 유행에 민감한 아이돌의 세계에서 간과할 수 없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균형감은 그렇기에 시대를 타지 않는 강점이다. 철저하게 설계된 시나리오를 이행하면서도 때마다 부상하는 장르와 문법을 배합했고, 유연하게 막을 내린 연속극은 그룹의 고유한 빛깔을 형성했다. 두꺼운 페이지를 덮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이번 활동 역시 그 기조를 잇는다. 홀가분히 기지개를 켜면서도 손아귀에 쥔 내용물이 제법 묵직하다.
첫 곡부터 남다른 화력을 자랑해 왔지만 신보의 오프닝은 유독 특출나다. 신시사이저 아르페지오로 공간감을 가득 조성한 ‘Bed of thorns’는 독특한 악기 구성에 멤버 개개인의 음색을 촘촘하게 결합하여 앨범의 몽환적인 골격을 단번에 구축한다. 그룹의 현실과 맞닿는 입체적인 가사 또한 밀도 높은 사운드가 받쳐준 덕분. 여기에 ‘Take me to nirvana’의 가세도 특기할 만하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이어가면서도 하우스를 적극 차용하는 근래 트렌드마저 당돌하게 끌어안는다. 개별적인 완성도와 수록곡 간의 유기성, 으레 둘 중 하나는 옅어지기 마련이지만 잔뼈 굵은 보이밴드의 미덕은 양자를 함께 거머쥐는 것이다.
보기 드문 매력적인 이음새에 방점을 찍어줄 음악이 부재한 사실은 못내 아쉽다. 결국 핵심일 수밖에 없는 타이틀 ‘하루에 하루만 더’가 그렇다. 정규 4집의 ‘Beautiful strangers’와 마찬가지로 악기 사운드에 후렴의 상당 부분을 내어준 방식이 팀의 특징이었던 선 굵은 멜로디를 대신하기에는 그 기세가 약하다. 허나 단일한 승부처가 되기를 유예한 메인 트랙은 곧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서사적 흐름에 더 집중하고 있음을 알린다. 연준 솔로의 연장선에서 다섯 명의 자의식을 눌러 담은 ‘So what’과 축적해 온 록 스타일이 만개한 ‘21st century romance’ 등 각각의 또렷한 개성들이 작품 전반의 분홍빛 색조를 짙게 물들였다.
외부의 기법을 빠르게 섭렵하고 심지어는 문화적 맥락까지 흡수하는 K팝의 추세다. 이 흐름에 동참한다면 당장의 성과를 챙길 수는 있지만 향후 행보에 대한 고민은 되려 깊어져만 가는 상황 속, 본작은 자신만의 색을 확립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정표와 같다.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그룹들과 일정 양식을 공유해 왔던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갈고 닦은 독자적인 체계, 현재의 안정적인 커리어 전환은 특정 물살에 휩쓸리기 쉬운 아이돌 신에 관록의 해답을 일러준다. 취할 건 취하되, 근간에는 항상 개인적인 이야기와 언어가 자리해야 한다는 것. 특색 짙은 부동심과 빼어난 응용력이 불확실한 미래의 가시덤불을 무디게 만든다.
-수록곡-
1. Bed of thorns [추천]
2. 하루에 하루만 더 (Stick with you)
3. Take me to nirvana (Feat. 万妮达Vinida Weng) [추천]
4. So what [추천]
5. 21st century romance
6. 다음의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