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레이브 광풍은 그로부터 가장 멀어 보이는 곳에도 어김없이 불어닥쳤다. 그리고 하이브는 근래 안팎의 사례에서 일종의 노하우를 터득한 듯하다. 동시기 코르티스 역시 채택한 밈 양산 전략, “중독적인 부분을 찾아 끈질기게 각인시켜라, 그러면 대중은 언젠간 받아들일 것이다!” 처음엔 생경할지라도 귀에 익을수록 들어줄 만하게 된다는, 소위 말하는 “귀이징”을 이용한 바이럴은 ‘Tick-tack’과 ‘빌려온 고양이 (Do the dance)’로 컬트적 반응을 끌어냈던 아일릿에게도 작동했다.
음악이 아닌 마케팅의 승리에 가깝다. 연초의 하우스 유행에 맞서려는 것처럼 여러 팀에서 일제히 꺼내든 테크노 장르의 ‘It’s me’는 애매한 지점에 머문다. 아직 어색한 랩은 둘째치더라도 보컬을 끼워 넣으려다 생겨난 프리 코러스가 순식간에 고조감을 떨어뜨리지만 정작 드롭은 교과서적이라 이질감이 든다. 와중 노림수가 통해 이정현의 ‘와’ 혹은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와의 결합으로 잠깐의 화제만큼은 확보했으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끝내 나오고야 만 ‘Redred’와의 사내(社內) 매시업까지, 노골적 요소를 총망라한 표본이 오늘날 K팝의 풍경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수록곡이 품은 반짝임이 우악스러움에 가려졌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다. 다소 평이한 둘, ‘Jellyous’를 잇는 ‘GRWM (Get ready with me)’와 흔치 않게 가창으로 승부한 ‘Love, older you’를 제외한 나머지를 살펴보자. 반복되는 후렴에 무게를 집중하면서도 템포 변속 구간이 입체감을 더하는 일렉트로팝 ‘Paw, paw!’는 언더그라운드의 추세를 타이틀보다 유연하게 체화한 트랙이다. 일상적인 표현을 툭툭 던진 후 곧장 상쾌한 기타 리프를 끼얹는 ‘Mamihlapinatapai’는 그룹에게서 록의 기질을 발견하게 한다. 퍼포먼스를 위한 과장을 걷어낸 자리에 자연스러움과 설득력이 고개를 들었다.
급격한 균열과 그 사이에서 피어난 가능성. 무난한 간판 선택이 도리어 독이 되었던 < I’ll Like You >의 대척점에 디딘 첫걸음이다. 기존의 콘셉트에서 섣불리 경로를 전환했으나 결국 새로운 도로에 안착했기에 과정의 문제는 일단 덮어둘 만하다. 눈여겨볼 차이는 골격에 있다. 칩튠과 샘플 등의 자극적인 장식을 동원했을 뿐 뼈대 자체는 유약했던 이전과 다르게 변화의 중심에 놓인 묵직한 드럼과 베이스가 제법 대담하다. EDM 페스티벌 단골 넘버가 된 ‘뛰어(Jump)’라는 선례가 겹쳐 보이는 상황, 꾸준히 전자음악 문법을 축적해 온 아일릿의 신규 노선은 어디로든 뻗어져 나갈 여지를 연다.
-수록곡-
1. GRWM (Get ready with me)
2. It’s me
3. Paw, paw! [추천]
4. Mamihlapinatapai [추천]
5. Love, older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