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저녁을 포착한 앵글이 끊임없이 초점을 고쳐잡는다. 첫 정규작을 비롯해 수많은 합작과 프로듀싱으로 알앤비의 감각을 대중음악에 이식한 그는 누구나 맞이하는 하루의 마무리를 향해 셔터를 누른다. 명확히 포커스를 맞춘 스틸 컷보다는 거쳐 가는 피사체와 감정을 밀도 있게 담아낸 타임랩스에 가깝다.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 눈에 띄지 않기에 더욱 자세히 들어보고 싶은 연인의 이야기. 열기와 멜랑콜리가 교차하는 수민의 만찬은 밤새 깨어있을 이유로 충분하다.
저마다의 복잡한 심경을 음향으로 구현하는 과정에 주저함은 없다. 템포나 악기의 성질, 부피감에 의존하기보다 사운드와 스토리 간의 상호작용을 조정하는 치밀함이 작법의 핵심이다. ‘그냥’이 신시사이저로 다이내믹을 연출하며 감정의 부재를 역설한다면 이어지는 두 곡은 도시의 겉과 속을 고스란히 엮어낸다. 기계음과 빼곡한 가사로 긴장감을 주입한 ‘Taxi talk’의 소란과 허밍 위주로 아늑하게 비운 ‘+82’의 공허. 대비감이 만든 현실적 감각은 몰입의 정점을 찍는다.
두 편의 < Miniseries >로 확장된 수민의 유연함은 후렴구에서 유독 선명하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도 이내 관능적인 여지를 남기는 가사와 연기 톤의 보컬이 맞물리며 맥락을 완성한다. 훅의 반복이 중독성을 넘어 특정 상황을 연상케 하는 기전으로 쓰인 셈이다. ‘무표정’에서는 귀찮은 듯 4음절만을 나열해 권태를 풍기는가 하면 ‘Lovesong’에서는 넘치는 행복감을 후킹한 박자로 직관화한다. 집중해야 할 지점을 정확히 짚어주는 친절함. 그가 구축한 공감대의 가장 큰 원천이다.
앨범 속 각자의 저녁이 다채로운 이유는 단순하다. 장르를 넘나드는 와중에도 절묘함을 이용하는 특유의 균형감 덕이다. 보사노바의 여유와 펑키한(Funky) 리듬에 녹인 쓸쓸함, 댄서블한 비트를 오가는 전자음악의 침투는 사색의 여운 속에서도 슬며시 허를 찌른다. ‘Table’의 연출도 다르지 않다. 전자음이 지배적인 트랙에 은근한 피아노 터치만으로 재즈바의 풍경을 소환한다. 오르간과 오토튠으로 ‘침몰’에 상승적 심상을 불러오는 기이함 역시 시너지의 일환이다.
일상과 상상의 중간 지점을 정확히 겨냥하며 크레딧을 자신의 이름으로 가득 채운 자신감을 증명한다. 과감한 변주가 공상을 일으킬 때면 해석의 수고를 덜어주는 노랫말이 장면을 정돈한다. < Your Home >으로 선보였던 사랑의 눈부심과 파격을 걷어내는 대신 다양한 접점을 제시하며 가까워지기를 택한 수민의 노련함. 이별의 부지런함에 이르는 깊이마저도 공감을 끌어내니 지난날의 자극보다 오래 남을 잔상임은 분명하다.
-수록곡-
1. 우리의 계절
2. 무표정
3. Lovesong [추천]
4. 그냥
5. Taxi talk [추천]
6. +82 [추천]
7. Table [추천]
8. 성인가요
9. 침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