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우리나라 방송 최고의 쇼 프로그램엔 알리야 짭퉁이 나와 춤추고, 가슴 풀어헤친 리키마틴 짭퉁들이 호모처럼 엉덩일 흔들어…' 가요계에 대한 통렬한 펀치를 날렸던 리쌍의 1집에 수록되었던 '조까라 마이싱'이다. 이주노가 발굴했던 7인조 혼성 힙합 그룹 허니 패밀리(Honey Family) 출신의 두 멤버 길(본명: 길성준)과 개리(본명: 강희건)의 음악은 용감했고 후련했다.
2집에서도 리쌍은 당당하다. '나라를 잘 이끌겠다던 지금까지의 대통령 약속을 지키긴 커녕 결국엔 다 좆통령 윗물이 똥물이니 아랫물도 이미 썩을 대로 썩어' ('꼬리아' 가사 중 일부) 정치에 대한 폭넓은 식견에서 나온 가사는 아니다. 다만 나름대로 가슴속에 있는 생각들을 거침없이 당당한 자세로 노래한다.
그러나 세상을 향한 냉소적 시선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술을 마시며 내일의 희망을 기대하는 곡 '알콜 man', 어려운 환경이지만 성공을 다짐하는 '인생은 아름다워', 그래도 살 맛 나는 세상이라 말하는 '건 - life' 등의 곡에서는 긍정적 인생관도 내비친다. 두 멤버 모두에게 여자 친구가 생긴 탓인지 따스한 느낌이 많은 부분에서 느껴진다.
리쌍은 메시지에 많은 정성을 들인다. 정치적 발언이든 넋두리처럼 내뱉는 인생살이 이야기이든 진솔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운율(rhyme) 맞추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던 과거의 태도를 버린 것도 메시지 전달에 대한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아무도 못 알아듣는데 멋만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들의 지론인 것이다. 실제로 개리가 전담하는 가사는 운율에 얽매여 있지 않다. 그냥 말을 하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2집도 전작처럼 여러 게스트들을 기용했다. '얼굴 있는 가수'가 된 김범수가 참여한 'Slow down', 전작의 'Rush'를 통해 매력적인 목소리를 인정받았던 정인이 노래한 타이틀곡 '리쌍부르쓰'와 'Fly high' 등은 노래 손님 덕분에 풍부한 감성이 첨가되었다. 삐삐밴드 출신 이윤정이 목소리를 더한 '꼬리아'는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나얼을 주축으로 새로이 구축된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의 성훈은 'SPAIN'에 음성을 빌려주었다. 'Street 노가리 ∥'는 은준의 화려한 비트 박스 개인기로 꾸며졌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들리는 재즈 싱어 빅 마마 킹(Big Mama King)과 '건 - life'에서 나나의 비중은 리쌍 멤버에 못지않다. 객원 래퍼보다 객원 보컬에 보다 많은 힘을 빌렸다는 것은 1집과 구별된다.
개리는 노랫말과 랩을 책임지고 길은 작곡, 프로듀스 그리고 노래(2집에서는 랩을 안 했음)를 하는 분업 시스템이 안정적인 색깔의 앨범을 제작하는데 많은 부분을 기여했다. 또한 힙합에 한정된 것이 아닌 흑인 음악 전반에 걸친 길의 프로듀스 역량이 돋보인다. 하지만 외부 가수를 많이 기용하는 것이 표현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급자족의 한계로 비쳐질 수도 있다.
-수록곡-
1. Street 노리개 ∥ (feat. 은준)
2. Fly high (feat. 정인, 하림)
3. SPAIN (feat. 성훈 from Brown Eyed Soul)
4. Slow down (feat. 김범수)
5. 리쌍부르쓰 (Interlude)
6. 리쌍부르쓰 (feat. 정인)
7. 건 - life (feat. NaNa)
8. 꼬리아 (feat. 이윤정)
9. 알콜 man
10. 831.
11. Still (feat. 정인)
12. 아름다운 추억
13. 인생은 아름다워 (Big Mama King version)
14. ×2 (feat. Double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