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래퍼, 한 명의 싱어로 꾸며진 리쌍은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꾸준한 히트곡을 내놓는다. 올해 초 발표한 5집 < 伯牙絶鉉(백아절현) >은 조용하게 묻히고 말았지만, 신보 < Hexagonal >은 그룹의 능준함을 증명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한 해에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내놓으면서도 이들의 사운드가 다채롭게 들리는 건 장르에 속박되지 않아서이다. 음악이란 틀 안에 지정해 놓는 보이지 않는 규정이 뮤지션을 옥죄어 올 때가 있지만, 작곡과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길은 다양성을 확보한 덕분에 그런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인다.
그래서 힙합보다 팝이란 단어가 더 어울리는 앨범이다. '우리 지금 만나'에선 올드 록의 배경을, 개리의 랩과 비트가 굳건하게 버티는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는 길과 정인의 싱잉(Singing)을 통해 알앤비의 감성을 이끈다. 김광석의 곡을 리메이크한 '변해가네'에서의 변신은 밴드 사운드의 맛도 살려 놓는다.
뚜렷이 그려진 멜로디 또한 듣는 재미를 살린다. 장기하와 얼굴들, 이적, 루시드 폴(Lucid Fall), 캐스커(Casker), 김바다, YB 등 보컬 중심의 곡은 물론이고 래퍼 비지(Bizzy)가 피처링한 '일터', 타이거 JK,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가 찬조한 'Canvas'에서도 뒤처지지 않는 선율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게 리쌍을 위한 것인지, 출연자들을 위한 것인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곡에 어울리는 가수를 섭외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탄생부터 참여자를 위해 맞추어 졌다면 그건 피처링을 위한 곡이다. < Hexagonal >보다 해당자의 앨범에 더 어울린다는 얘기다. 장기하의 리드 보컬 뒤에 아기자기한 코러스를 넣은 '우리 지금 만나'는 주도권을 잡았지만, '부서진 동네', 'Run', 'Dying freedom'은 섭외된 사람의 자취만 남는다.
게스트의 대거 기용은 화려한 감은 있으나 결과적으로 좋은 효과를 나타내지는 못한 것 같다. 개성에 맞춰진 곡은 개별적으로 듣기엔 좋지만, 같이 듣기엔 산만해진다. 앨범으로 놓고 봤을 때, '리쌍의 프로젝트 앨범'이란 느낌이 강하다.
뭐든 지나치면 좋지 않다. < Hexagonal >는 인맥과 음악의 넓이가 과하게 담겼다. 예능에서 오버는 심신이 지친 시청자를 즐겁게 해줄 확률이 높지만, 음악에서 오버는 반사작용의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려주는 앨범이다.
- 수록곡
1. Hexagonal (Feat. Enzo.B) (작사: Bizzy / 작곡: 길, Peejay)
2. 우리 지금 만나 (Feat. 장기하와 얼굴들) (개리, 장기하 / 길, 장기하) [추천]
3.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Feat. 정인) (개리 / 길, Peejay) [추천]
4. Carousel (Feat. 이적) (개리 / 길, Double Dragon)
5. 변해가네 (Feat. 정인) (김창기 / 김창기) [추천]
6. 부서진 동네 (Feat. Lucid Fall) (루시드 폴, 개리 / 루시드 폴)
7. 일터 (Feat. Bizzy) (개리 / 길, Keeproots)
8. Journey (Feat. Casker) (개리, 이준오 / 길, 이준오)
9. Dying freedom (Feat. 김바다) (김바다, 개리 / 김바다)
10. 벌칙 (Skit)
11. 운명 (Feat. Malo) (개리 / 길, 이혁기)
12. Canvas (Feat. Tiger JK, Dynamic Duo, Bizzy) (최자, 개코, 개리, Bizzy, Tiger JK / 길, Double Dragon)
13. Run (Feat. YB) (개리 / 윤도현)
14. To. Leessang (개리 / 길) [추천]
15. 내 몸은 너를 지웠다 (Skit)
16. 내 몸은 너를 지웠다 (Feat. Enzo. B) (개리 /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