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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plugged
리쌍(Leessang)
2012

by 홍혁의

2012.05.01

슬쩍 간보기만 해온 복고 코드를 작정하고 총정리했다. 예상치 못한 수확을 거둬들인 '우리 지금 만나'의 신선한 촌스러움을 더욱 견고하게 가다듬기로 한 모양이다. 조영남의 1991년작 '겸손은 힘들어'의 21년 후 버전은 아이러니하게도 40년 전으로 시계바늘을 되돌려버렸다. '풍문으로 들었소'와 연장선상에 있는 장기하의 쾨쾨한 코러스, 1960~1970년대의 고유명사라고 할 수 있는 해먼드 오르간이 작렬하는 마당인지라 이들은 안면몰수하고 촌스러움의 끝을 달리고자 매진한다.

반면 이남이의 '울고 싶어라', 봄여름가을겨울의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를 리메이크한 경우에도 빛바랜 미장센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보컬 길을 보좌하는 정인, 바비 킴, 사이먼 디(Simon D) 등이 '기교=모던'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담백한 창법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동시대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은 개리의 랩뿐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복고 일색으로 앨범의 콘셉트가 한정됐다면 그야말로 '추억 따먹기' 이상의 의미를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앨범이 정체되지 않은 생물임을 증명하는 대목은 자유롭게 구역을 침범하는 개방성에 있다. 'Hola'에서는 보사노바를 시도하고 있으며 'Someday'에서는 가스펠 성향이 묻어 있는 브릿팝 성향이 감지된다. 최후의 방점을 찍는 'Bururi'에서 제 3의 멤버 정인은 사이키델릭 보컬로 잠재력을 폭발시킨다. 앨범명의 취지에 맞게 리얼밴드로 구현된 풍성한 사운드도 생기를 불어넣는다.

또한 길의 보컬도 대폭적으로 늘어났다. 그동안 8마디 안팎에서 노는 수준이었던 아쉬움을 털어내려는 듯 온전히 한 곡을 리드하기도 한다. 'Someday'에서 나름 윤도현과 호흡을 맞추기도 하며 '울고 싶어라'에서는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보컬을 계산된 분위기 속에 녹여내기도 한다.

돌려 생각하면 이번 앨범에서는 랩이 가려있다. 물론 보컬과 연주의 기를 살리려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기회비용일 수도 있지만 최근 들어 리쌍은 힙합 그룹이라는 이미지가 희석된 측면이 있다. 당사자들이 이 점을 노려 광범위한 대중을 포섭하려 했다면 이를 성공한 작전이었다고 봐야할까.

지난 앨범 < Asura Balbalta >가 인디밴드와의 연결지점을 찾으려는 시도였다면 이번 결과물의 방향설정은 복고 코드에 있다. 언제부턴가 복고 코드가 대세로 굳혀지는 분위기다.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등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뭉뚱그려 '명곡'이란 이름하에 잊힌 노래들이 소환되고 있고, 티아라는 '롤리폴리'에서 나팔바지에 허슬 댄스로 1980년대를 재현했다. 리쌍의 경우는 힙합에서의 복고가 기껏해야 레트로 소울일 것이라는 전제를 넘어서려는 타개책이다. 겉으로만 보이기에는 우습게 보여도 힙합계의 두 맏형은 적어도 할 것은 하더라.

-수록곡-
1. 너에게 배운다 (My love) Intro
2. 너에게 배운다 (My love)
3. Someday (Feat. 윤도현 of YB) [추천]
4. 겸손은 힘들어 [추천]
5. Hola (feat. 정인) [추천]
6. 행복을 찾아서 Intro
7. 행복을 찾아서 (feat. 조현아 of Urban Zakapa)
8.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feat. 정인, 쌈디 of Supreme Team, 바비 킴 of Buga Kingz)
9. 별을 따라... (목소리 쥬비)
10. Casanova (feat. Juvie Train of Buga Kingz)
11. 개리와 기리... 세 번째 이야기
12. 울고 싶어라
13. Bururi (feat. 정인) [추천]
홍혁의(hyukeui1@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