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Asura Balbalta
리쌍(Leessang)
2011

by 홍혁의

2011.08.01

리쌍의 음악은 2009년 작 < Hexagonal >부터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기 시작한다. 힙합이 인디와 손을 잡은 것이다. 앨범 크레디트에 장기하와 얼굴들, 루시드 폴(Lucid Fall), 캐스커(Casker), 김바다 등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한한 섭외력에 감탄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초대 뮤지션의 문법을 유지하는 개방성도 엿보였다. 장기하와 얼굴들 특유의 보컬과 복고적인 코러스를 그대로 재현했고, 루시드 폴은 은은한 보사노바 곡을 선물했다. 초청된 아티스트의 본래 스타일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하의 경우에는 자신의 앨범에 새롭게 편곡한 '우리 지금 만나'를 수록하는 시도도 가능했다.

고로 이번 앨범은 < Hexagonal >에서 꾀했던 인디와의 연대전선이 즉흥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피력한다. 이제는 인디 뮤지션이라는 직함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10cm와 국카스텐을 끌어들였고, 어쿠스틱한 질감을 다루는 쪽에 장인들인 강산에와 하림을 초빙했다. 무게감에 있어서는 올해가 더 세다.

힙합이라는 기본 형체에 피쳐링 아티스트의 독특한 물감으로 도색하는 작업은 일견 다채로워보인다. 'TV를 껐네'에서의 은근한 섹시 코드는 10cm의 능구렁이 심보를 위해 이미 마련되었던 것처럼 보이고, '격산타우'의 모럴 해저드는 하현우의 사이키델릭한 보컬과 맞물려 시너지효과를 낸다. 리쌍의 아끼는 후배이자 무브먼트 크루인 비지(Bizzy)를 응원하는 목소리는 강산에의 털털한 “아직 뜨겁잖아”라는 말 한마디로 방점을 찍는다. 이쯤 되면 앨범 내에서 리쌍의 입지는 무엇이냐고 반문할 정도다.

이처럼 백화점식 구성으로 들을 거리를 풍부하게 준비하고 있지만, 이들이 전략적으로 내세우는 곡은 '나란 놈은 답은 너다'다. 그동안 리쌍이 대중과 소통했던 곡들은 단연 사랑노래였던 것을 상기하자면 예측 가능한 선택이다. 일련의 궤적대로 안정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하림의 월드뮤직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다.

이 지점에서 인디 뮤지션을 포용한 이유에 질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실 주요 타이틀곡을 제외하고 < Hexagonal >에서 '부서진 동네', 'Journey', 'Dying freedom'은 완전히 기억 속에서 사장됐고, '죽기 전까지 날아야 하는 새'와 '격산타우' 역시 곡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하 열풍만이 '우리 지금 만나'를 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에 반쪽인 성공밖에 될 수 없다. “게으르게 했던 음악이 요즘 너무 재밌다”는 개리의 말처럼 순수하게 음악 욕심으로 융합을 한 사례는 분명 의미 있는 작업이다. 사실 이른바 “헝그리 정신”이 이들 음악의 지나친 핵심 요소였던 과거에 비해서도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 구도의 정점에 이제는 슬픈 로망스가 차지하게 되었고, 구도가 고착화되면서 힙합의 색다른 면을 보여주겠다는 좋은 취지는 극대화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에 놓이게 되었다.

리쌍이 선봉이 되어서 힙합이 다시금 주류에서 조명 받고 있는 현재의 모습은 반길 만하다.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의 전역과 여러 기대작들이 대기하고 있는 올해 하반기는 분명 작금의 고요함을 반전시킬 수 있는 터닝 포인트다. 리쌍의 경우는 힙합의 마이너적인 요소와 좀 더 폭넓은 대중과의 접점을 발라드 성향의 멜로디와 결합하는 공식으로 해답을 찾은 듯하다. 물론 결정타는 무한도전의 '무리수'와 런닝맨의 '직진개리'였겠지만 말이다.

-수록곡-
1. 나란 놈은 답은 너다 (Prologue)
2. 나란 놈은 답은 너다 (feat. 하림)
3. TV를 껐네... (feat. t윤미래, 권정열 of 10cm)
4. Serenade (feat. 개코 of Dynamic Duo, Windy City) [추천]
5. 회상 (feat. 백지영)
6.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feat. 정인)
7. 죽기 전까지 날아야 하는 새 (To. Bizzy) (feat. 강산에, Bizzy) [추천]
8. Asura balbalta
9. 격산타우 (feat. 국카스텐)
10. 강남 사짜 (feat. PoBi)
11. Am I? (feat. Bizzy, B-Free)
12. 독기
13. Grand final (Planet Shiver Mix)
홍혁의(hyukeui1@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