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Images & Words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
1992

by 김獨

2002.12.01

“아마추어 그런지 충격파 속에서 피어난 프로 메탈의 예술성”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새로운 사조가 한바탕 폭격을 가한 90년대 초반 록음악계에서 헤비메탈은 어느덧 힘없이 고개를 떨구는 분위기로 흘러 들어갔다. 드림 씨어터(Dream Theater)의 앨범 < Image & Words >는 지칠 줄 모르던 '그런지' 열풍과 LA메탈의 마지막 대항의 발버둥 속에서 쓰러져가던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수렁에서 건져낸 보석 같은 작품이다. 프로그레시브의 자존심을 일으켜 준 드림 씨에터의 존재는 이 작품을 통해서 해외를 비롯한 국내에서 컬트 팬들을 양산해내며 '적으나 큰' 지지를 받았다.

너바나(Nirvana)와 펄 잼(Pearl Jam)이 몰고 온 그런지와 얼터너티브 록이 시대를 가르는 충격파를 일으키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폭발적 에너지를 탑재한 그들의 록은 엄연히 시대정신과 세대혁명이었다.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가 그랬듯 시대와 세대를 타고 등장한 음악을 쉬 잠재우기란, 아니 그 속에서 살아남기란 불가능한 것이었다.

방법은 단 하나 밖에 없었다. 바로 그들을 능가할만한 파괴력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 조건'이 요구되었다. 하나는 그들만큼 에너지가 넘쳐야 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그들에게 없는 세기(細技)를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너바나와 펄 잼과는 별도의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드림 씨어터는 그런 관점과 관심의 지점에서 발화(發火)되었다. 그들은 얼터너티브 록에 겨룰만한 힘을 소지한 동시에 그 그룹들에게 결여된 연주의 완벽성을 자랑했다. 그리하여 그런지의 반연주(anti-playing)가 못마땅한 팬들, 말하자면 매니아 층의 허(虛)한 마음, 그 텅 빈 가슴을 채워줄 수 있었다.

갑작스런 그런지의 출현으로 혼란을 겪고있는, '잘 연주된 음악'을 선호했던 팬들을 붙들어맨 것이다. 그들이 70년대 러쉬(Rush)나 이엘피(E.L.P) 같은 영광스러웠던 선배그룹의 재림을 예고하는 비평적 찬사를 획득했다는 점에 팬들은 더욱 쾌재를 불렀다. 그들에게 드림 씨어터는 주류에서 떨어져있으나 마음놓고 쉴 수 있는 안식처를 의미했다.

그들의 사운드의 핵심은 드라마틱한 곡의 구성력과 빈틈없이 꽉 짜여진 사운드였다. 그것은 대곡(大曲) 지향의 곡의 전개와 테크닉의 완벽한 결합은 희미해져 가는 LA메탈이든 시대를 움켜쥔 그런지든 당시 록이 펼쳐 보인 양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진일보한 실험주의의 선전포고였다. 그로 인해 그들은 록 문화를 초토화한 그런지 밴드들의 거센 압박 속에서 도 (프로그레시브 밴드로는 유일하게) 살아남는데 성공했다.

밴드 멤버들의 놀라운 즉흥 연주 능력이 돋보이는 앨범 < Image & Words >는 한마디로 프로, 음악적 엘리트들이 선사한 사운드 성찬이었다. 버클리에서 공부한 기타리스트 존 페트루시(John Petrucci), 베이시스트 존 명(John Myung), 드러머 마이크 포트노이(Mike Portnoy)와 오페라 수업을 받은 보컬리스트 제임스 라브리에(James LaBrie)는 아마추어임을 과시(?)한 그런지 밴드들과는 출신성분에서부터 달랐다.

그 결과 자신들의 트레이드인 지적 사운드의 결합은 당연한 것이었다. 곡의 구성에 있어 케빈 무어(Kevin Moore)의 키보드는 다른 악기편곡과 부드럽게 연결시켜주는 반지와도 같은 역할을 했다. 게다가 새로운 보컬로 자리잡은 제임스 라브리에의 진지한 보이스와 밴드가 만들어낸 사색적 가사, 멤버들의 응집력이 돋보이는 연주력은 깊은 인상을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셰익스피어에게 영감을 받아서 만든 'Pull me under'와 후렴부분 관현악 편곡과 팝 적인 멜로디 라인이 절묘하게 결합된 'Another day'는 상업적으로도 크게 사랑 받았다. 당시 FM을 시종일관 두들기던 이 2곡의 빅히트 넘버만으로도 앨범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만한 가치를 지녔다.

그 외에도 드라마틱한 사운드의 극치 'Take the time', 대 선배 러쉬의 색채가 강하게 느껴지는 'Surrounded',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을 전해주는 'Metropolis part I'등은 흠잡을 때 없는 탁월한 트랙이었다. 팬들은 우선 드림 씨어터 구성원들의 악기 장악력과 테크닉에 넋을 잃었다.

웅장한 사운드가 감동을 전해주는 'Under a glass moon', 키보드 연주가 잔잔하게 깔리며 감상에 젖게 만드는 'Wait for sleep', 10분이 넘은 대곡 성향의 'Learning to live'까지 음반은 클래시컬한 곡의 구성과 변화무쌍한 리듬의 전개, 세션의 유기적인 조화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곳 나무랄 데 없는 탄탄한 사운드를 선보였다.

록을 연주하는 밴드로서 자기만의 색깔이 없다면 음악은 이미 죽은 존재나 다름없다. 하지만 드림 씨어터는 프로그레시브 메탈 음악 분야에서 범접 불허의 독창성을 간직한 채 어느덧 10여 년의 기간을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다.

< Image & Words >를 통해 그들은 그 무렵 동종(同種) 밴드들과는 비교의 도마에 올릴 수 없는 군계일학(群鷄一鶴)같은 존재로서 팬들의 청각을 유린했다. 명실공히 이 시대가 낳은 최고의 '테크니션 집단'으로 많은 록 그룹들의 존경과 귀감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특히 그룹의 멤버인 존 명이 한국계라는 사실은 우리 팬들에게 별도의 긍지를 제공했다. 우리의 록매니아들은 친숙감 때문에도 그들에게 갈채를 보냈다.

록의 한계에 도전한 실험정신이 만들어낸 역작. 록이 사회적 미학이기에 앞서 여전히 '예술의 미학'임을 일러준 귀중한 음악도표였다. 앨범은 이와 함께 미국에서도 24주간 차트에 머물며 골드(50만장)를 수확하는 성공적 시장도표도 만들어냈다.

수록곡 Pull me under·Another day·Take the time·Surrounded
Metropolis Part I·Under a glass moon
Wait for sleep·Learning to live (1992년)
김獨(quincyjon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