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를 만나기 전, 팬들이 품었던 우려는 아마도 드러머인 마이크 포트노이(Mike Portnoy)의 탈퇴로 인해 생길 (부정적인) 음악적 변화였을 것이다. 어떤 멤버의 교체로 인해 사운드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것도 음악 내, 외부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막강한 존재감을 자랑하던 핵심멤버가 교체된다면 대부분의 경우 좋지 않은 결과를 상상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드러머가 바뀐 지금의 드림시어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믿기 어렵겠지만 정말 그렇다. 밴드는 3일 동안 소수 정예(7명)로 치러진 오디션에서 운 좋게도 전임자의 그림자에 가리지 않을 만큼 실력 출중한 (그리고 버클리음대 교수출신이라는 화려한 배경까지 갖춘) 드러머를 얻었고, 포트노이가 리더로서 맡았던 음악 외적인 일들은 멤버 개개인의 몫으로 돌아가 별 탈 없이 수행되고 있다. 포트노이로서는 아쉬울 법도 한 대목이다. 20년간 몸 바쳐 이끌어온 밴드가 자신이 없는 상황에도 멀쩡하게 굴러가고 있으니.
음악은 여전히 드림 시어터답다. 최고의 테크니션다운 정교한 음악세계다. 항상 같은 모습이지만 그 모습이 실망스럽지 않은 것은 이번에도 마찬가지, 범작은 있어도 졸작은 없는 그들만의 커리어를 한 번 더 연장시켰다. 가장 어두우면서도 멜로딕한 'Outcry'와 치밀한 구성 속 서정미가 돋보이는 'Breathing all illusions'가 주목할 만한 트랙들. 키보드가 전작에서보다 좀 더 부각되고 적당한 어두움, 적당한 감성미가 뒤섞여있다는 점에서 흔히 이들의 대표작이라고 꼽히는 세 앨범 중(2, 3, 5집) 세 번째와 다섯 번째 음반이 동시에 생각나는 작품이다. 드림 시어터 음악의 완전판이라고나 할까.
다만 음악 외적인 부분을 곁들여 보았을 때는 어느 때보다 아쉬움이 큰 앨범이기도 하다. 알려져 있다시피, 포트노이는 자신이 팀을 나간 이유를 휴식에 대한 팀과의 의견 차이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멤버들이 밝힌 그들의 변은 좀 더 구체적이다. 해외 매체에 응한 인터뷰 내용을 요약해보면 대략 이렇다. 포트노이가 어벤지드 세븐폴드(Avenged Sevenfold)와 시작한 곁가지 활동이 그들(어벤지드 세븐폴드)과 월드투어를 함께하는 것을 고려할 정도로 커지기 시작했고, 자연히 원래 자신이 속한 그룹인 드림 시어터의 활동에 소홀해지면서 멤버들에게 무기한적인 휴식을 제안했다는 것.
그룹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간판격인 밴드가 언제까지고 쉬고 앉아있을 수만은 없는 일 아닌가. 더욱이 포트노이는 수년간의 긴 휴식 후에 있을 드림 시어터 컴백의 이슈성을 이야기하며 장밋빛 미래까지 상상했다고 하니, 그런 그의 이야기를 듣는 멤버들은 모종의 배신감마저 느꼈을 일이다.
결국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선원들은 선장을 바다에 내던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앨범은 그래서 '너 없이도 우리 잘 할 수 있어'라는, 어제의 동료에게 보내는 일종의 선언문적 의의도 함께 가지는 셈이다. 불화와 갈등을 흥미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물론 있겠지만, 이들을 아끼던 팬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불편하게 와 닿을 수밖에.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은 여전히 잘 굴러가고 있다는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것이다. 멤버들은 이제 포트노이가 다시 돌아온다 해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와, 새로운 멤버인 마이크 맨지니(Mike Mangini)와 그 뜻을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까지 밝힌 상황이다. 맨지니는 이에 대해 안정된 직장(교수직)을 내치는 용단으로 답하며 그룹 활동에 온전히 힘을 쏟을 것을 결의했다.
만약 < A Dramatic Turn Of Events >를 포트노이가 듣게 된다면 자신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음에, 또 자신이 돌아갈 곳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서운함을 넘어 깊은 슬픔마저 느끼게 되지 않을까. 그 모든 일이 자신의 선택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그를 지독한 자기혐오로 내몰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뭐 어쩌겠는가.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수록곡-
1. On the backs of angels
2. Build me up, break me down
3. Lost not forgotten
4. This is the life
5. The shaman's trance
6. Outcry [추천]
7. Far from heaven
8. Breaking all illusions [추천]
9. Beneath the surf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