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Music Communication IZM

Sky Is The Limit

드렁큰 타이거

2007

by 류석현

2007.09.01

10년 묵은 LP장을 꺼내든 것 같다. 누군가의 추모앨범이라면 느낌이 더할진대 그게 자신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낀다면. 섬뜩하면서도 오묘한 기분이 들 것이다. 물론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척수염에 걸려 의지와 상관없는 신체의 통제가 엄습할 때 가상의 모습을 그려내었을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경험하며 그는 '부활 큰 타이거'로 등장했고 이런 깨달음을 전한다. 'Sky is the limit'

죽음으로 가는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인생을 조용히 반추해 본다. 간경화나 간암을 유발해 몸이 성치 못할 것을 알면서도 역시 기댄 것은 '술'이다. 타이틀 곡 '주정'은 3집의 'Good life'의 일부 가사를 응용하면서 일상에서 겪을 만한 일들을 쉽고 재밌게 풀어낸다. 이제는 지겹게도 들릴법한 소재지만 추태를 표현하는 주정(酒酊)과 술의 근간을 뜻하는 주정(酒精)이 교묘히 겹친다. 인생의 법칙을 풀어낸 '산수(山水)'에서도 '산수(算數)'에 가까운 가사를 토해내며 이중해석을 유도한다. 역시 3집의 '공식' 가사를 스크랩 했다.

한때 더티 사우스 사운드(Dirty south sound)까지 흉내내며 변화에 민감했지만 이번 앨범에은 빈티지(Vintage) 사운드가 꽉 들어찼다. 관록이 묻어나는 프로듀서들의 참여가 연상되지만 그런 이들에게 못지않은 능력과 함께 젊음까지 겸비한 더 콰이엇과 도끼가 도맡았다. 특히 더 콰이엇은 8곡의 프로듀서를 맡으면서 하나하나 색다른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TV속 나'처럼 슬픈 가사에 서정성을 부여한 반면 'Death of a salesman'에서는 불안한 감정을 유도해 내는 등 감정선의 다양함을 보여줬다.

세상에 대한 솔직한 반감과 술타령은 여전하다. 시적 표현력이 돋보이는 슬램(Slam)을 스킷으로 넣은 자신감도 돋보인다. 허나 어깨에 힘을 빼고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진실성이 담긴다. “조금만 더 참아줘/ 세상에 남아줘/ 신아 제발 이번 한번 못 본 척 눈 감아줘”. 삶에 대한 애원이 절실하게 담긴 '8:45 Heaven'은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심정을 여실히 노래한다. 상대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진정한 사랑임을 노래하는 '태어나 다시 태어나도'는 앤(Ann)의 하늘거리는 보컬과 함께 어울리며 영(靈)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보컬 참여만이 아닌 프로듀서로서 앤(Ann)의 세세한 솜씨도 눈길이 갈만한 부분이다.

암담함에서 빛을 찾은 시간 '8:45 Heaven'이 지나고 병마와 싸우는 전(前) 농구선수 박승일의 이야기를 담은 '행복의 조건'이어지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진다. 자신보다 더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박승일의 사연을 노래할 때 존경, 고통, 인내, 자유 같은 단어들이 떠오르는 것. 이것이 그대로 전달 될 때 느낌은 진정한 교감일 것이다. 삶은 죽음과 멀지 않음을.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라는 자서전의 철칙을 일찍이 펴냈다.

-수록곡-

1. Sky is the limit (작사 : 드렁큰 타이거 / 작곡 : 더 콰이엇)

2. 돌연변이 (드렁큰 타이거/ 더 콰이엇)

3. 부활 큰 타이거 (드렁큰 타이거/ 박재선)4. TV속 나 (드렁큰 타이거/ 더 콰이엇)

5. 매일 밤 01 (드렁큰 타이거/ 더 콰이엇)

6. 주정 (드렁큰 타이거/ Kevin gunhee Han)

7. 매일 밤 02 (드렁큰 타이거/ 더 콰이엇)

8. 내가 싫다. feat. T (드렁큰 타이거/ 박재선)

9. Skit 01 (8번째 곡이 끝나고)

10. Death of a salesman (드렁큰 타이거 /더 콰이엇)

11. 태어나 다시 태어나도 feat. Ann (드렁큰 타이거 /Ann1)

12. Skit 02 (불필요한 친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