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곡에 러닝 타임 60분', 가요치고는 방대한(?) 분량에 달하는 드렁큰 타이거의 신보는 Tiger JK만의 솔로 음반 성격이 강하다. 개인적인 이유로 잠깐의 휴식이 필요했는지 구체적인 정황은 알 수 없으나, 분명 DJ Shine이 작업에서 잠시 빠졌기 때문이다. 그 둘의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를 만끽할 수 없다는 게 약간의 흠이지만 '호랑이 신상품'을 다시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랩 청중들에게 반가운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여타 장르와는 달리 랩은 유독 '김치 냄새'를 발효시키기 어렵다. 다시 말해 '오리지널은 흑인'이라는 선입견이 강해 가요로 만들어지더라도 우리의 감성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척박한 그런 랩 풍토에도 불구하고 드렁큰 타이거는 벌써 5집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미 선구적 활동으로 후배 랩 가수들의 본보기가 되어왔으며, 어디를 가든지 힙합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가장 연상되는 가수로, 랩 듀오로 부상했다. 그나마 현재 주류에서 랩이 환영받을 수 있는 입지를 다지는 데 누가 뭐래도 그들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번 5집의 변수는 애초에 언급되었듯, 폭포수같이 거칠게 랩을 내뱉던 DJ 샤인의 목소리를 만나볼 수 없다는 점이다. 허나 샤인의 그룹 탈퇴가 아니라 음반의 제작에만 잠깐 빠졌을 뿐, 방송에서는 두 명의 '술취한 호랑이'를 만나볼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전까지 드렁큰 타이거의 음악은 여느 랩 가수와는 달리 미국의 본토 랩과 가장 근접해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유년 시절 그 땅에서 흑인들의 랩 음악을 보고 들으며 성장한 그들의 현장 체험은 당연한 이유가 아니었겠는가. 때문에 일반인들이 노래방에서 드렁큰 타이거의 곡을 따라 부르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이제는 따라 부를 수 있는 랩을 만들어보자고 다짐한 걸까! 이유야 어쨌든, 타이거 정권은 다소 무난한 가사와 어휘 전달이 부드러워진 랩 주조에 관심을 드러낸다.
우선 리드 싱글로 홍보해 주력하고 있는 'Liquor shots (술병에 숟가락)'은 장난스러운 비트와 리듬, 그 위로 바비 김(Bobby Kim)과 앤(Ann)이 피처링 래퍼로 참여했으며 아소토 유니온에서 윈디 시티(Windy City)로 뉴 프로젝트를 감행한 김반장과 윤갑열이 세션으로 한몫 거들고 있다. 그러나 전작의 'Good life'처럼 강력한 훅은 다소 떨어지며, 드렁큰 타이거라는 네임 밸류만 놓고 본다면 그다지 파워풀한 히트는 예감하기 힘들다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타이거 정권의 솔로 형식이라서 그럴까! 음반의 중반부까지는 실망스러운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기대치가 클수록 실망은 당연한 법. 후반부로 가면 “그래도 역시 드렁큰 타이거야”라는 흡족한 랩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다. 특징이라고 한다면 '드렁큰 타이거 패밀리'인 무브먼트 크루의 동료들이 대거 게스트로 등장해 DJ 샤인의 공백을 채워주고 있다.
앤과 티(윤미래)가 세련된 팝 풍의 코러스와 랩을 들려주고 있으며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 기타가 번갈아 세션으로 쓰여진 '死랑의 추억'과 '하나하면 너와나', 이제는 댄스 키드에서 힙합 보이로 행보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은지원이 다이내믹 듀오와 함께 랩으로 가세한 '고집쟁이', 엔딩 트랙 '내 인생의 반의반' 등 후반부로 갈수록 음반은 정통 힙합에 근접한 검은 빛 사운드의 구현에 한껏 충실하다.
“야! 그냥 랩해라. 내가 매니저 친구들이랑 노래방가면 그 친구들은 자기 가수의 노래를 노래방에서 막 부르걸랑. 난 우리 노래 한번도 못 불렀다. 이제 노래방에서 부를 수 있는 거 뭐 그런 거 하나 만들어 줘야되는 거 아니니? 랩, 뭐 있니! 사람들 다 따라하게 그렇게 만들어주면 안되겠냐. 우리껀 너무 사람들이 어렵다고 그러는데 이제 쉽게 가자. 음반 시장도 죽었는데 알았지. 꼭 한번 해주라...힙합 오픈 마인드, 이제 가야된다니까. 너무 어렵게 간다고...너희들 랩 잘하는 건 다 알거든 국민들이, 그렇게 해야된다.”
음반의 막바지에 가서 그런 내레이션이 깔린다. 그것 때문인지 드렁큰 타이거의 5집은 심각한 주제보다는 일상에서 선택한 평범한 소재를 담아내 그 안에서 튀지 않는 랩, 때로는 가요로서 무난한 힙합을 구사하고 있다. 이제 드렁큰 타이거도 '백만 인의 콘서트'를 열기 위한 국민가수가 되어보는 것도 한번쯤 괜찮지 않을까.
-수록곡-
1. 긴급 상황 (작사: Tiger JK / 작곡: Kevin Gunhee Han)
2. 편의점 (타이거 JK / 케빈)
3. 이 놈의 shake it (타이거 JK)
4. 가수지망생 1.(5,000원)[skit intro]
5. 가수지망생 1.(5,000원)[skit]
6. Liquor shots (술병에 숟가락) (타이거 JK)
7. 死랑의 추억 (타이거 JK)
8. 기우제 (뭐꼬!) (타이거 JK)
9. 하나하면 너와나 (타이거 JK / Gemini)
10. 가수지망생 2.(계란이 먼저, 닭이 먼저)[skit]
11. 채인, 체인 (Music is...) (타이거 JK)
12. Symphony3 (타이거 JK, sean2slow, YDG / XRAE)
13. 고집쟁이 (타이거 JK, 다이내믹 듀오, 은지원 / 다이내믹 듀오)
14. Once upon a time (나의 어리석은 방황) (타이거 JK)
15. 가수지망생 3. (동문서답-호랑정권&판돌이shine)[skit]
16. 백만 인의 콘서트 (노래방 Rap) (타이거 JK / 타이거 JK, XRAE)
17. 내 인생의 반의반 (타이거 JK / 다이내믹 듀오, 타이거 JK)
프로듀서: 드렁큰 타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