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Music Communication IZM

1945 해방

드렁큰 타이거

2005

by 엄재덕

2005.08.01

1999년 데뷔 이후 여섯 번째 앨범 < 드렁큰 타이거 六 1945 해방 >을 발표하기까지 6년 동안 드렁큰 타이거를 키운 것은 팔 할(八割)이 '자존심'이었다. “음악 같지 않은 음악들 이젠 모두 다 집어치워 버려야해 우리가 너희들 모두의 귀를 확실하게 바꿔줄게 기다려”('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중)라고 당돌하게 잘난 체하던 그들이었다.

얼마 전, “독도가 일본이면 장을 지지는 니 손을 높이 들어 Liquor Shots”란 노랫말이 일본 관객들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Liquor shots (술병에 숟가락)' 이외의 다른 노래를 부탁했던 일본 공연기획사의 요구를 끝내 거절하고 일본공연을 포기했던 것도 미국 흑인들 틈바구니에서 배운 리얼 힙합의, 그리고 진짜 힙합과 가짜 힙합을 운운할 정도의 자부심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타이거 JK는 공연 무산에 대해 “정치적인 성향의 랩을 하는 것처럼 보이긴 싫다. 음악은 음악이다. 부르고 싶은 노래를 못 부르면서까지 일본 무대에 서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자존심 강한 가수답다. DJ 샤인이 사업문제로 팀을 탈퇴하고 타이거 JK '1인 체제'로 재편한 지금에도 드렁큰 타이거의 음악적 성질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사람 사는 문제들에 대한 관심과 독침 같은 한마디도 여전해 듣는 이에게 속 시원한 대리만족도 안겨준다.

늘 강성발언으로 주목을 받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고상한 철학이나 대단한 논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조영남의 '사랑이란'을 샘플링한, 거창한 제목의 'Body, body[깨달음의 작은 비밀]'은 알고 보면 돈 욕심 때문에 싸우지 말고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자는 내용이고, 성재희의 '왜 그런지'를 차용한 '진정한 美는 마음 안에'도 돈이 많고 적은 것이 아니라 만족에서 행복이 온다는 비슷한 가사다. 좋은 말이지만 새롭거나 기발한 대안 같은 것은 없다.

단지 타이거 JK가 6집에서 추구했던 것은 '일상성'이었던 것 같다. “정치적이고 공격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꼭 그렇진 않다. 일상의 사소한 기쁨을 비롯해 제 모든 게 음악이 될 수 있다.”는 말처럼 그는 때로 남자의 의리를 피력하고, 때로는 뒷골목 형님들 같은 거친 언어도 내뱉는다. 이런 평범한 듯도 하지만 거침없이 쏘아대는 까칠한 모습이 팬들의 환호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타이틀곡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 보 앞으로!'는 소외된, 사회 저변의 사람들에게 바치는 곡이다. 자살까지 결심할 정도로 상처를 받았던 장애우의 편지를 받고 만든 노래로, “제게 편지를 보내주시는 팬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힘든 분들이 많다. 그분들이 있기에 음악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질 때 힘을 얻게 된다.”는 타이거 JK의 말은 늘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웃의 가슴 아픈 사연에 귀 기울이는 진실함을 품고 있다.

일반적이지만 범상치 않다. 엘리트적인 음악관은 없어 보이지만 팬들을 선동하는 에너지가 있다. 그를 보면 일상적인 것에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힙합의 진품명품을 감정(鑑定)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진정을 털어놓기 때문이다. 이것도 드렁큰 타이거의 자긍심일 것이다.

-수록곡-

1. 음주Rapping[취중푸념] (작사 : Tiger JK / 작곡 : t)

2. Body, body[깨달음의 작은 비밀] (Tiger JK / Kevin Gunhee Han)

3. 죽지 않는 영혼[Found you] (Tiger JK / Dynamic Duo)

4.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 보 앞으로! (Tiger JK / Kevin Gunhee Han)

5. 우주[I got you] (Tiger JK / t)

6. 진정한 美는 마음 안에 (Tiger JK / Kevin Gunhee Han)

7. 관객모독[꿈]_YDG Skit

8. 60 Percenta zen (Tiger JK / Tiger JK)

9. 심의에 안 걸리는 사랑노래 (Tiger JK / 박재선)

10. 핸즈인디A여![Liquor shotsⅡ] (Tiger JK / Tiger JK)

11. 관객모독[현실]YDG Sk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