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과연 운명일까? 수많은 영화와 음악은 이 질문에 대해 순진한 답변을 보낸다. 첫눈에 서로를 향해 강렬하게 이끌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뜨거운 열정에 휩싸인 사랑에서 오랜 시간 친구로 티격태격 싸우다 연인으로 발전(?)하는 해리와 샐리의 톡톡 튀는 경쾌한 로맨스도 마치 그 사람이 아니면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운명이다.
오랜 기간 조감독으로서 뚜렷한 자리 매김한 안진우감독의 데뷔작 <오버 더 레인보우>는 그런 운명적인 사랑을 고전 'Over the rainbow'에 실어 전하고 있다. 그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면서 주인공으로 이정재, 장진영을 캐스팅 1지망으로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통통 튀는 연희와 어리숙한 진수가 처음 나누는 대화는 너무나 귀엽고, 사운드트랙에 실려있어 몇 번이고 감상(?)할 수 있다. 비 제이 토마스의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주)와 빗소리의 리듬에 맞춰 경쾌한 탭댄스를 추던 이정재의 익살맞은 표정이 인상적인 멜로 영화.
2001년에 <나쁜남자>, <수취인불명>, <번지점프를 하다>등 무려 3편의 영화음악을 담당한 작곡가 박호준의 오리지널 스코어와 <미술관 옆 동물원>, <정사>등에서 감각적인 선곡을 보여준 이영호의 노하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사운드트랙은 영화의 색채를 더욱 선명하게 한다.
영화가 시작하기가 무섭게 스크린을 가득 메우는 곡은 주디 갤런드가 부르는 고전 'Over the rainbow'의 오리지널 버전이다. 아카데미 영화 주제가상을 수상했던 뮤지컬의 고전 <오즈의 마법사>의 주제곡으로 유명 팝 뮤지션이라면 한번쯤 리메이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각종 CF를 통해 로즈메리 클루니와 사라 본 버전 그리고 임페리테리의 메탈 버전 등이 사랑을 받았다. 팝, 재즈, 뮤지컬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팬들을 만족시킨다.
엔딩 타이틀 'Over the rainbow'의 보컬을 담당한 신예 이은정의 시원한 음색이 볼륨 감을 더하는 곡. 한국최고의 기타리스트 샘 리(Sam Lee)가 기타 세션을 했고, 랩 파트 및 세션은 '팀(Team)' 출신의 랩퍼 창진이 맡았다. 서정적인 원곡에 비해 깊이는 떨어진 듯 하지만 신세대들의 구미를 자극하는 부분에 있어선 부족함이 없다. 이은정과 고찬일이 듀엣으로 열창한 '사랑느낌'은 약간 진부하지만, 영화 후반부 진수와 연희가 느끼는 애틋함과 친밀함을 십분 살렸다.
비 오는 날 극중 진수가 입대 전 사랑하는 여인에게 프리지아 꽃다발을 들고서 찾아가는 장면에서 흐르던 '프리지아'는 미스테리적 장치를 보충해준다. 친구의 연인을 사랑하면서 가슴아파한 진수의 표정에서 진실은 너무나 잔인하게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항상 진실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영화속 주인공이 희미하게 기억하는 사랑은 비온 뒤에 등장하는 하늘높이 뜬 무지개처럼 크고 화려하지 않다. 작고 아담하지만 7가지 고유의 빛깔을 모두 지니고 있다. 음악 감독 이영호가 배열한 음악도 그 무지개처럼 그다지 튀지 않으면서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