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자막이 올라가는 영화의 끝에는 매혹과 혼돈이 교차하는 음악이 흐른다. 합창과 통곡이 겹친다. 의미 파악이 어려운 음성이 들리지만, 나치의 명령인지 포로의 절망한 신음인지 알 수 없다. 어딘가로 향하는 오케스트라 편곡은 루돌프 회스의 파괴적이지만 영광스러운 행진일 수도, 그가 승인한 포로들이 가스실로 가는 발걸음일 수도 있다.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인지, 아니면 나오는 것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 마지막 악상은 지옥을 반영한 음악이자 소리인 한편, 관객이 극장 문을 나설 때까지 질리게 느껴야 할 공포의 아리아이다. 영화 <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 >는 단연코 시각적 깊이뿐만 아니라, 매우 청각적이고, 사려 깊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2024년 미국 아카데미는 이 영국작품에 외국어영화상과 음향상을 수여했다.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감독 조나단 글레이저(Jonathan Glazer)가 연출했다. 그는 2000년 범죄 코믹극 < 섹시 비스트 >(Sexy Beast)로 짧은 경력을 시작하여, 미스터리 드라마 < 탄생 >(Birth, 2004)과 공상과학/공포 영화 < 언더 더 스킨 >(Under the Skin, 2013)을 거쳐, 가장 정의하기 어려운 이번 작품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 영화를 연출했다. 20여 년간의 경력에서 네 번째 감독작 <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장과 그의 아내에 관한 마틴 아미스(Martin Amis)의 사실적 동명 소설을 각색했다.
지난 10년간 가장 기괴한 공포 영화를 만든 감독이 유대인 대학살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의아해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글레이저 감독이 2023년 칸에서 10년 동안 준비한 프로젝트를 마침내 공개하면서 그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다. 조나단의 신작은 연말에 흔히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홀로코스트 드라마 < 쉰들러 리스트 >(Schindler's List)와는 판이하다. 대신 공포 영화의 접근 방식을 택했지만, 공포가 전면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글레이저는 공포를 표면 아래에 숨겨서 불쾌감을 줄 가능성을 피했다. 그는 아미스의 전통적인 캐릭터 중심 플롯을 대부분 포기하고, 영화의 끔찍한 캐릭터와 분리하는 실험을 시도했다. 또한 조나단 감독은 파격적인 음악과 음향, 촬영 기법을 사용하여 학살자 캐릭터에서 인간성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게 만드는 한편, 가장 친숙하고 평범한 일상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만을 포착했다.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 감독의 < 플라워 킬링 문 (The Killers Of The Flower Moon) >과 유사하게 아우슈비츠 바로 옆에 우리를 데려감으로써, 글레이저는 홀로코스트 대량 학살에 대한 무지에 우리를 연루시키고, 대량 학살이 얼마나 가까운 곳에 있는지, 우리가 얼마나 자주 그리고 쉽게 편의를 위해 악을 무시하는지 상기하게 한다. 이는 곧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과 맞닿아 있다.
영화는 시작부터 검은 화면과 음악만이 존재한다. 도입부는 고전적인 할리우드 영화 서곡의 형식을 거부한다. 글레이저 감독은 라이트모티프(leitmotif)에 따른 전통적인 악보 음악에 대신에 미카 레비(Mica Levi)이의 소름 끼치는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를 선보인다. 영화는 악이 선을 서서히 잠식한다는 주제를 의식화하듯, 영화 제목이 밝은색에서 점점 더 어둡게 희미해지면서 막을 연다. ?
기계음과 기이하게 웅성거리는 듯한 남성 보이스와 함께 마치 사이렌처럼 원근감 있게 들리는 미카 레비(Mica Levi)의 불길한 음악이 배경에 흐른다. 섬뜩한 곡조 때문에 제목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잠시의 시간이 아주 길게 느껴질 정도다. 글레이저는 레비의 음악을 통해 관객이 몇 분 동안 어둠 속에 앉아 자신의 괴이하고 불안한 사운드스케이프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전개될 영화에 대한 공포감을 더욱 조장한다. 특정 지역이나 공간에서 발생하는 소리의 풍경화는 보이지 않지만, 들리는 소리에 관객이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명민한 설정이자 장치이다.
레비의 신비로운 스코어는 배경으로 물러나지만,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처음 몇 릴 동안은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감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히 다소 낮은 공명음이 들린다. 그런 다음 압권인 연속장면에서 글레이저는 이 저음의 공명이 아우슈비츠의 작동음이었음을 밝힌다. 그는 사운드 디자인과 스코어의 경계를 허물고,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잔학 행위의 현장으로 스코어의 안전거리를 좁힌다. 서사의 공간에서 발생하지 않는 스코어와 음향의 경계는 무의미하다.
2013년 < 언더 더 스킨 >(Under the Skin)에서 외계의 음악적 표현으로 강한 인상을 주었으며, 2016년 < 재키 >(Jackie)로 오스카 음악상 후보에 오른 후 글레이저와 재회한 최신작에서 작곡가 레비의 음악은 더욱 강력하고 추상적으로 관객을 매혹한다. 상상하기 싫은 과거의 상흔이지만 언제든 평범해질 수 있는 역사적 사실, < 존 오브 인터레스트 >에서 음악과 음향은 이러한 생각과 실제 이야기의 주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우리 자신에 대한 무언가를 드러낸다. 사람과 동물의 울부짖음, 기차 경적이 자연의 소리에 녹아들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도덕적 권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눈에 띄는 것이 눈에 띄지 않게 되는 것, 그것은 부주의한 우리의 잘못이라는 것을 깨치게 된다.
미카추(레비의 예명)의 독특한 스코어는 전통적 스코어에 반하는 대담한 재구성이며, 글레이저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트라우마나 끔찍한 죽음을 노골적으로 재현하지 않고도 음향적 암시를 통해 더욱 잊히지 않는 중요한 효과를 만들어냈다.
-영화에 사용된 기성 고전음악-
'Chinesische Strassenserenade(중국 길거리 세레나데)'
연주: 미시간 대학교 음대 학생들, 연극과 무용 오리올 산스(Oriol Sans) 지휘
작곡: 루드비히 자이데(Ludwig Seide)와 아우슈비츠 남성 오케스트라 단원 편곡
'Heil Europa(하일 유로파)'
연주: 모스타 교향악단(Mostar Symphony Orchestra)
작곡: 프란츠 폰 블론(Franz von Blon)
'O du mein Osterreich(오 나의 오스트리아)'
연주: 인피어틀러 교향악단(Innviertler Symphony Orchestra)
작곡: 프란츠 폰 주페(Franz von Suppe)
'Sunbeams(햇빛)'
작곡: 조셉 울프(Joseph Wulf)
조셉 윌프(Joseph Wilf) 음성 녹음, 미국 홀로코스트 기념관(United States Holocaust Memorial Museum) 제공
'Tivoli-Rutch Waltz Op. 39(티볼리-루치 왈츠 작품 39번)(현악 4중주용 편곡)'
작곡: 요한 슈트라우스 1세(Johann Strauss I)
연주: 비엔나 현악 4중주단(Vienna String Quintet)
'Tales from the Vienna Woods(비엔나 숲 이야기)'
연주: 세인트. 앤서니 시빅 오케스트라(St. Anthony Civic Orchestra), 캐럴 옌센(Carol Jensen) 지휘
작곡: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Strauss II) & 캐럴 옌센(Carol Jensen) 편곡
'Vestalin Marsch(처녀 행진)'
작곡: 율리우스 게롤트(Julius Gerold) & arranged by 프레드리히 다이젠로트(Friedrich Diesenroth)와 헤르만 슈미트(Hermann Schmid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