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드라마와 쉴 새 없이 다각적으로 뻗어나가는 내러티브의 전개에 맞춰 다변화하는 음악적 심리묘사가 비수처럼 꽂히는 사운드스코어. 롤러코스터의 보컬 조원선과 작곡가 정재형이 호흡을 맞춘 타이틀 곡 '꽃이 지다'(인더스트리얼, 트립 합 등의 다분히 실험적인 전자음악)와 하림의 반도네온, 하모니카, 빅마마의 신연아의 허밍보컬이 어둡고 슬픈 애상조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대단히 충격적인 도입장면의 경악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숨 돌릴 겨를 없이 5명의 피해자가 차례로 처참히 살해된다. 어린 딸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계모(유혜정)를 시발로 청담동에 웨딩홀을 운영하는 졸부 나재근(김용건)과 그의 정부 최신옥(현영) 그리고 택시기사 박달수(김익태)와 고기집 아들 장명길(박효준)까지.
영화 안에서 이들은 절대 악이자 쓰레기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그들은 죽어 마땅하며, 일말의 동정심도 필요 없다. 법도 다 있는 자들을 위한 사치성놀이게일 뿐(소녀를 죽인 변태살해범이 변호사의 허위변호에 의해 정신병원에 수감됨), 아무도 그들의 악행을 막을 순 없다. 오직 '오로라공주'의 복수만이 이들을 단죄한다.'는 강박적 논리로 밀어붙이며 공감에 호소한다.
한동안의 공백기를 지나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돌아온 방은진의 데뷔작 <오로라공주>를 놓고 '범죄 서스펜스 스릴러'입네 '정신분석학적 심리극'이네 또는 '지독한 멜로'라는 등 이런저런 장르적 평과 문답이 오갔다. 외관적으로는 물론 그러한 다각적요소가 얼키설키 다분히 혼재한다. 영화가 전개될수록 그러나 무엇보다 관객의 정서를 파고다는 건 잔혹한 복수정서에 대한 암묵적 동의다.
현대한국의 국지적 병폐와 오류에 대한 분노를 엄정화가 주연한 정순정이라는 인물을 통해 투영시켜 희생을 정당화시키고 범죄를 합당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관객이 여주인공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느냐가 이 영화의 관건이라고 생각했다'라는 방감독의 언급에서 읽을 수 있듯, 영화의 요지는 감독 자신의 의지를 주인공캐릭터에 실어 객관화시키는 것이다. 장르는 분위기를 우려내기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영화음악 또한 장르적 분위기에 철저히 귀속되어 봉사한다. 미스터리와 비장미 그리고 날카로운 격정으로 꽉 찬 소리들의 콜라주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유럽의 민속음악과 재즈, 아방가르드 한 음감의 스타일 등 다양한 유럽음악(프랑스, 스페인)의 정서가 강하게 발동하는 게 특징이다.
스코어를 작곡한 정재형의 음악적 색깔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1990년대 중반 3인조그룹 베이시스에서 가수로 출발해 고급발라드를 추구했던 그의 음악적 지향성과 이후 파리에서 수학하면서 더욱 견고해진 스타일적인 성향이 여기에 응축되어 있는 것이다.
피아노, 현악, 목관악기로 구성된 클래식연주의 냉기와 일렉트로니카에 녹아있는 이종배합의 기괴한 소리들이 흩어지고 응집되기를 반복하면서 내면의 스릴과 공포, 비장미를 증폭시키는 사운드트랙. 극적 드라마와 쉴 새 없이 다각적으로 뻗어나가는 내러티브의 전개에 맞춰 다변화하는 음악적 심리묘사가 비수처럼 꽂힌다.
-수록곡-
1. Prologue
2. Memory #1 욕실
3. La danse mortelle Wedding hall
4. 꽃이 지다 feat 조원선
5. 성호의 Theme feat 조원선
6. Memory #2 Taxi
7. 민아의 Theme
8. Swimming pool
9. 격투
10. 독백
11. 성호의 독백
12. 회상
13. 순정의 Theme Orchestra version
14. 순정의 Theme Vocal version
15. Prologue Piano vers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