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실연당한 그대가 높은 곳에 올라 홀로 야경을 바라본다면 어떤 기분에 젖을까. 도시의 정적에, 떠나간 그/그녀를 떠올리는 낭만 혹은 궁상 정도? 차가운 밤 공기를 맞으며 '혼자 하는 사랑이 얼마나 버거운 건지' 절감하고, 그러다 감정이 격해지면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나 같은 사랑이라면... 하지 마요' 쓸쓸하게 중얼거리면서.
파리에서의 낭만적인 하루, 세느 강변 설렘의 추억, 와인향. 지난 향기로운 기억은 모두 슬픔으로 얼룩졌고, 이 '잊혀지지 않는 마음의 얘기'는 <두 번째 울림>의 테마가 되어 쓸쓸하게 도시의 야경을 스케치한다. 부클릿에 적은 얘기처럼 앨범은 슬픈 추억의 고백 같지만, 이는 유려한 가락, 세련된 현악과 함께 만나 서정으로 승화된다. 슬프지만 아름답고 아프지만 견딜 수 있는, 지난 사랑의 애틋한 울림으로.
활동방식을 바꾸는(이를테면 솔로선언이랄지) 이른바 '전향'에는 어쩔 수 없는 전작과의 비교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지만, 이제 정재형은 그런 진부한 비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룹 베이시스 시절부터 지배적이었던 어둠의 정서는 그의 음악적 창조에 있어 여전한 근간이지만 지난날이 가슴 아픈 사랑의 몸부림이었다면, 이제는 그간의 아픔을 추슬러 차곡차곡 추억으로 간직하는 덤덤함을 보인다.
타이틀곡은 대중적 친화력을 고려한 모양인지, 평이한 발라드곡 '나 같은 사랑이라면'인데, 조금은 아쉽다. 첫 곡에서 마지막 곡까지, 이런 구성을 취한 곡은 거의 없다. 구슬픈 피아노 선율이 빛나는 '편린'에서부터 경쾌하게 리듬을 타는 '파리에서의 하루', 특히나 '진주 귀걸이를 한 처녀'는, 이소라의 극단적인 슬픔이 담겨있는 가사처럼 비장함이 담겨 있는 곡인데, 정재형의 변화(발전)가 단적으로 드러난 수작이다.
보통 가사에만 초점이 맞춰지기 마련인 '사랑타령'은 이제 식상하다. 절절한 슬픔이 배어나는 '음악'에 젖어보는 건 어떨까. 단순히 사랑의 기억을 '읊는' 차원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슬픈 사랑을 '노래하는' 정재형과 함께. 차가운 도시의 밤거리는 정재형의 음악 속에 빛난다. 그러다 아주 가끔, '엽서'와 같은 상큼한 반전을 기대하는 것도 즐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