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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ibility
백지영
2008

by 김진성

2008.11.01

'사랑 안 해'라고 그토록 목 놓아 읍소하던 그녀, 히트작곡가 박근태가 쓴 의외의 발라드로 재기에 성공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비련의 가수 백지영이 7집 < the 7th Sensibility >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6집 < The Sixth Miracle > 이후 1년 만이다. 2006년 5집 < Smile Again >으로 다시 웃고, 기적을 일궈내겠다던 그가 이번에 내민 카드는 '감각'이다. 감수성일수도 있겠으나 앨범제목은 물론 음악 전반과 수록곡명의 성분 및 수위로 봐선 감각적이다.

야한 의상과 유혹적인 몸짓이 먼저 눈에 띈다. 그는 <뮤직뱅크>에선 유혹적인 댄스곡 '입술을 주고'를, <쇼! 음악중심>에선 미드템포 팝 발라드 '총 맞은 것처럼'을 각기 소개했다. 7집에서 그는 댄스와 발라드를 동시에 대표곡으로 양분해 내놓으며 묘한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전략(?). 원래 '선택'을 비롯해 '부담', '대시', 새드 살사' 등으로 해외의 라틴댄스열풍을 국내 주류음악계에 이식시킨 그이기에 춤 본색과 함께 자신의 장기를 좀 더 과감히 드러내면서 발라드 가수로서의 명성도 함께 가져가려는 명민한 선택이다.

전작에서도 후반부에 댄스음악을 배치해 격정적인 댄스가수의 본색을 일부 보여주긴 했지만 이 앨범을 통해 그는 섹시 댄싱 퀸으로의 완벽 부활을 선언한다. 가사부터 온통 격정(激情)과 선정(煽情), 도색(桃色)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만큼 화끈하다. 실제 그는 앨범 속지에서 “백지영이란 사람에게 사랑을 가르쳐주고 이별을 알려주고 눈물의 달콤함을 알려주고 만남의 설레임을 알려준 내 지난 모든 남자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심정을 은근한 도발적 화법으로 고백했다. 이는 이번 앨범에 “사랑의 기쁨, 슬픔, 유혹, 달콤함, 설렘, 고통”을 총망라해 한방에 털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가 이번에 '이리 와'를 부른 건 다름 아닌 작사/작곡가 겸 프로듀서 방시혁이다. 박진영과 함께 JYP엔터테인먼트의 대표작곡가로 비, 지오디, 임정희 등의 노래를 조율해낸 바 있는 감각파를 껴안은 것. 방시혁은 이 앨범에서 자칭 “Hitman"Bang(“히트맨”방)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히트감각을 대놓고 과시해 유쾌함을 주는데, 자신의 장기인 힙합과 도시적 감각의 어반 R&B를 기반으로 1980년대 클럽댄스음악을 내포한 일렉트로니카, 재즈, 라틴, 발라드를 혼용해 백지영의 뜨거운 손짓에 화답했다. 방시혁 사단의 Pdogg(피도그), Sly berry(슬라이 베리), Wonderkid(원더키드), T Bear(티 베어)와 함께.

백지영의 섹시-백(Sexy-Back)에 대한 “Hitman"Bang의 음악적 키워드는 바운스(Bounce)다. 상대적으로 중력이 실린 7곡의 댄스음악 모두 리듬감이 좋다. '신나고 재밌다'는 말이다. 바운싱 리듬감이 가장 뚜렷한 노래 '밤새도록'은 브라스와 두터운 베이스라인, 잘게 쪼갠 리듬감이 프로그래밍 된 전자배음과 세련되게 결합된 '성애가(性愛歌)'. 4인조 남성보컬그룹 2AM의 조권이 입을 맞춘 이 노래를 위시해 재즈적 음색, 클럽댄스, 몽환적 전자배음이 힙합과 결합된 'Go', 1980년대 풍 클럽댄스의 분위기가 강한 일렉트로니카 '입술을 주고', 힙합듀오 마이티 마우스로부터 에너지를 충전 받은 크리스마스겨냥 힙합 댄스 '멜로디', 관악기의 재즈적 분위기와 도시적 감성의 R&B가 라틴댄스리듬과 결합돼 멋지게 편곡된 'Sentimental City', 간드러진 창법과 뽕기 있는 클럽댄스풍의 일렉트로니카 '이리 와'까지 간만에 백지영의 제대로 된 관능미를 탐닉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힙합비트가 강한 댄스곡 'Keep the faith'를 포함해 거의 전곡에서 새로움이란 찾아볼 수 없다. 매우 익숙하고 상투적인 스타일과 작법의 짜깁기요 나열과 변용에 불과하다. 우선 'Keep the faith'는 도입부 브라스와 키보드, 소울풍의 백 보컬의 빈티지 사운드에서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의 'You know i'm no good'이 자연스레 연상되고, 'Go'는 비트가 쪼개지면서 강력한 드럼 앤 베이스 스타일로 변형 전개되는 후렴구에서 이효리의 'U-Go-Girl'과 유사한 감각이 포착된다.

'입술을 주고'의 도입부 리듬전개는 엄정화의 'D.I.S.C.O'와 흡사하고 더러는 마돈나의 <하드캔디>의 음악스타일과 매우 닮아있다. '멜로디'는 에픽 하이가 만들고 피처링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이리 와'는 반복적인 멜로디와 리듬의 사용이 브라운 아이드 원더 걸스의 '어쩌다'와 손담비의 '미쳤어'를 상기할 뿐 아니라 간드러지는 창법에서는 아이비의 'A-ha'가 귀에 밟힌다. 색욕의 절정을 달리는 '밤새도록'은 결정타다. 대놓고 팀벌랜드(Timothy Z. Mosley)의 작풍을 표방했다. 브라스, 리듬을 잘게 쪼개는 방식, 두터운 베이스라인, 반복적인 퍼커션리듬, 전자배음, 랩 코러스까지 혐의를 부인하기 어렵다.

게다가 아쉬움은 나머지 4곡의 발라드에서 가중된다. '돌아와 줘'는 '사랑 안 해'의 속편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동일패턴에 갇혀있고, '총 맞은 것처럼'은 애절한 전율의 보컬과 청량한 팝록적 기타반주는 좋지만 신파조의 상투적인 작법에 안주하고 있으며, '여자들만 아는 거짓말' 역시 신파조 현악반주를 깐 한국형 발라드의 전형성을 탈피하지 못한다. '그대의 의자'는 8분의 6박자 피아노의 반복리듬과 현악 반주로만 이루어진 고전적 간결미가 돋보이지만 점점 더 고조되는 곡 전개 안에서 보컬이 뻗질 못해 다소 답답한 뒷맛을 남긴다.

트렌디한 히트공식에 민감한 자칭 히트메이커와의 음악적 동침을 하고도 사실 백지영의 이번 신보는 결국 또 패착이다. 제 아무리 단번에 마음을 현혹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렇게 이미 정형화 된 패턴의 곡들을 들고 돌아와 변신인 냥 부비대는 건 곤란하다. 히트방식의 익숙한 틀 안에 스스로를 매몰시킨 결과물의 호부(好否)를 판가름하는 건 물론 팬들의 몫으로 또한 넘겨지겠지만.

-수록곡-
1. Go! [추천]
2. 입술을 주고 [추천]
3. 돌아와 줘 [추천]
4. 총 맞은 것처럼
5. 여자들만 아는 거짓말
6. 멜로디 Feat. 마이티 마우스
7. Sentimental city [추천]
8. Keep the faith [추천]
9. 그대의 의자
10. 이리 와
11. 밤새도록 Feat. 2AM [추천]
김진성(saintopia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