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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Smile)
백지영
2003

by 엄재덕

2003.10.01

“화려했던 시절에 대한 동경이나 돈이 방송 컴백의 동기는 아니다. 예전의 내가 아니면 평생 떳떳한 인생을 살지 못할 것 같아서 두려웠다.”

2000년 11월의 'B양 비디오 파문' 이후 부당하게 죄인 같은 삶을 살았던 백지영은 말한다. 그래서 그의 네 번째 앨범은 다시 한번 '미소'를 찾는 작업이었다.

3집과 함께 방송 재개를 시도했던 2001년은 여론의 반발로 인해 실패했다. 지금은 다행히 시청자들의 반응이 예전보다 많이 너그러워졌다고 한다. 격려 메시지도 받는다는 것. 오랜 시간을 가수에 대한 욕망 하나로 외롭게 견뎌왔던 그로선 아직 어슴푸레 하지만 그래도 희망의 빛이다.

라틴 댄스 열풍을 일으키며 가요계에 등장했던 백지영은 새 앨범에서도 라틴 음악을 고집하고 있다. “아직 관심은 라틴 리듬에 있으며, 내 특기도 그것이다.” 이를테면 그의 음악 무게중심을 재확인한 앨범인 셈이다.

웃으면서 녹음했던 노래도 막상 들어보면 울면서 부른 느낌이라는 그의 고백처럼 괴로웠던 시절의 흔적이 배인 목소리는 이 앨범의 특색이다. 대중 앞에 다시 서는 순간을 생각하며 악바리처럼 연습했을 모습이 연상된다. 진지하다. 특히 발라드 곡에서 단숨에 느껴지는 지난날의 힘든 과정은 가슴 시리게 만든다.

백지영의 예전 못지않은 화려한 리듬 감각이 묻어나는 곡들이 앨범의 전체적인 인상을 주도한다. 타이틀 곡 '미소', 갑작스런 템포 변화가 재미있는 '웨딩파티', '배신' 그리고 '生의 찬미' 등은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녹슬지 않은 그의 감각을 보여준다. 특히 '生의 찬미'에서는 백지영이 직접 랩을 선보였다.

'깊이', '꿈이길 바랜 이별' ,'Wine' 그리고 백지영이 직접 작사한 '사랑해서 그랬죠' 등의 발라드 곡에서 백지영이 쏟는 노래에 대한 정성은 각별하다. 리쌍의 길이 곡 작업을 한 'Bird(기자회견장에서)'는 비디오 파문 기자 회견 당시의 고통과 이후에도 치유하기 힘들었던 상처를 그렸다. '2 man show'는 이휘재의 목소리 연기 덕에 듣는 재미가 있다.

여자로서 잊지 못할 아픔을 간직한 백지영의 완연한 재기 앨범. 아픈 만큼 성숙해졌다. 그는 세상 사람들의 가시 돋친 시선을 값진 시련으로 승화시키며 힘겹게 다시 시작했다.

-수록곡-
1. 시작(Intro)
2. 미소
3. 배신
4. 깊이
5. 눈물
6. 사랑해서 그랬죠
7. 2 man show
8. 꿈이길 바랜 이별(1003926)
9. En el anochecer...(황혼(黃昏)속으로...)
10. Wine
11. 웨딩파티
12. Feeling(...butterfly)
13. 生의 찬미
14. Bird(기자회견장에서)
엄재덕(ledbes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