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안 해’부터 시작해 ‘총 맞은 것처럼’, ‘그 여자’, ‘잊지 말아요’ 등에 이르기까지 부르는 발라드마다 인기였다. 흔들리고 위태해서 더 애절한 그만의 창법이 대중적 호소력을 발휘한 결과였다. ‘백지영의 발라드는 안전하다’는 인식이 쉽게 공유되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이루마가 작곡을 했지만 이 노래를 빛내는 것도 가수의 노련함이다. 전주, 간주, 후주가 모두 부재한 곡을 보컬은 건반과 스트링을 배경삼아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내달리며 특유의 ‘비감(悲感)’을 쏟아낸다. 곡의 평범함을 백지영식 발라드로 돌려낸 힘도 여기에 있다.
1절 후렴구부터 전개되는 생동적인 비트는 사운드를 조금은 밝게 가져가며 슬픔에 애타는 목소리와 서로 다른 감성의 방향을 나아간다. 이별의 아픔을 담은 가사와도 믹스매치되는 부분이다. 이 모순적 장치는 그 이상의 특별한 조화를 빚어내지 못하고 그저 모순으로 머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