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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uments & Melodies
인큐버스(Incubus)
2009

by 소승근

2009.08.01

2004년 3월의 내한공연은 'Drive' 하나로 연명하면서 그저 그런 모던 록 밴드로 인식되던 인큐버스(Incubus)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기타, 베이스, 드럼, 보컬의 전형적인 록 밴드 라인업에 디제이를 들여 하이브리드 진용을 갖춘 인큐버스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면서 육중한 연주를 들려줬고 관객들은 그들의 실력이 녹음 실력에 기댄 허울 좋은 팀이란 인식을 불식시켰다.

보스톤(Boston)의 견고함과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의 헤비함을 두루 갖춘 인큐버스가 모던 록 차트 탑 텐에 14곡을 랭크시켰다는 산술적 기록이 이들의 모든 것을 설명하진 않는다. 이 5인조는 '가위눌림', '악몽'이라는 밴드 명처럼 의미해석이 쉽지 않은 가사와 신비스런 이미지 메이킹은 다른 경쟁자들과의 분명한 차별 선으로 작용했다.

18년의 궤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베스트 앨범 < Monuments & Melodies >에는 인큐버스의 공식적인 자취와 비공식적인 그림자가 순열처럼 배열되어 있다. 대표곡 'Drive'부터 'Wish you were here', 'Pardon me', 'Nice to know you', 'Megalomaniac', 'Talk show on mute', 'Midnight swim' 등을 포함해서 우리시대의 영원한 괴짜 프린스(Prince)의 명곡을 커버한 'Let's go crazy'처럼 B 사이드 트랙들과 인터넷을 통해서만 소유할 수 있었던 곡들까지 인큐버스의 만찬이 장식장에 가지런히 꽂혀있는 책처럼 두 장의 CD에 차곡차곡 담겨져 있다.

베스트 음반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한 가수의 내리막 혹은 창작의 쉼표를 확인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하지만 인큐버스의 이번 앨범은 편하고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다. 그런 어두운 염려를 불식시키고 다시 분기탱천할 수 있는 능력과 실력이 이들에게 있으니까.

-수록곡-
DISC 1
1. Black heart inertia
2. Drive [추천]
3. Megalomaniac [추천]
4. Anna Molly
5. Love hurts
6. Wish you were here [추천]
7. Warning
8. Stellar
9. Talk show on mute [추천]
10. Pardon me [추천]
11. Dig
12. Oil and water 
13. Are you in?
14. Nice to know you [추천]
15. Midnight swim

DISC 2
1. Neither of us can see
2. Look alive
3. While all the vultures feed
4. Pantomime
5. Anything
6. Punch drunk
7. Admiration
8. Martini
9. A certain shade of green
10. Monuments and melodies
11. Let's go crazy
소승근(gicsuck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