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장르가 뒤섞인 정의할 수 없는 음반 <Make Yourself>로 하드코어의 영역을 한 차원 넓혔던 그룹 인큐버스의 신작 <Morning View>는 분명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앨범이다. 하드코어를 중심으로 모던 록, 펑크(Funk), 헤비메탈 사운드의 절묘한 배합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다양한 장르의 곡들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며 그 다채로움을 표현하는 보컬 브랜든 보이드(Brandon Boyd)는 콘의 조나단 데이비스(Jonathan Davis)처럼 심층의 울분을 쏟아내지는 않지만 트랙 하나 하나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주고 있다. 2집의 성공을 이끌어냈던 절충주의 전술은 이번 음반에서도 충분히 간파되는 것이어서 적당히 터져 주고 적절한 선에서 억제된다.
하지만 2년만에 발표된 신보에서 전작의 스케일 안에 머물러 안주를 꾀하는 듯한 얕은 수는 발견되지 않는다. 록의 여러 갈래를 뭉뚱그리는 혼합노선을 밟으면서도 여느 밴드 못지 않은 출력을 내뿜었던 이들은 3집에서 볼륨을 줄이는 대신 연주패턴의 다층화와 새로운 악기의 도입을 통해 기존에 들을 수 없었던 소리들을 뽑아 내고 있다. 스페이스 록(Space Rock)을 연상시키는 기타가 영롱하게 울려 퍼지는 'Are you in?', 'Just a phase'는 확실히 새로운 스타일의 곡들이다. 'Warning', 'Wish you were here'는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를 현대 감각에 맞게 각색한 듯한 독특한 트랙들로 사조에 대한 그룹의 남다른 섭취력을 말해 준다.
이렇듯 색다른 감각으로 치장한 이번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동양의 궁중 음악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마지막 곡 'Aqueous transmission'이다. 읊조리는 보컬과 명상적인 기타가 두드러지는 이 곡은 선(禪)의 경지를 그려내는 듯 앨범을 잘 정돈하고 있다. 상하로 흔들렸던 감정과 긴장의 너울이 그 속에서 평형상태로 마무리되는 이 트랙은 무척 인상적인 라스트이며 하이브리드 록이 추구할 수 있는 미의 한 경지를 보여준다.
훌륭한 곡들과 그에 못지 않게 잘 짜여진 곡들의 배열상태는 인큐버스가 이번 작품에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모던 록 차트 정상을 차지했던 'Drive' 못지 않은 훅을 가진 'Nice to know you'는 그룹이 히트용 싱글에도 꽤나 신경 썼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틀이 꽉 잡혀있음은 물론 편하게 듣기에도 부담감이 없다.
인큐버스의 새 앨범은 한 울타리에 한정되기를 거부하는 뮤지션의 변신선언이자 소재고갈에 시달리는 21세기 록 뮤지션들에게 던지는 하나의 모범답안이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신선한 아이디어가 전편을 감싸는 이 멋진 음반을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신경 써서 만든 아티스트의 음반은 팬들에게 가는 최상의 선물이기에.
-수록곡-
1. Nice to Know You (Incubus [1]) - 4:43
2. Circles (Incubus [1]) - 4:09
3. Wish You Were Here (Incubus [1]) - 3:31
4. Just a Phase (Incubus [1]) - 5:30
5. 11am (Incubus [1]) - 4:13
6. Blood on the Ground (Incubus [1]) - 4:34
7. Mexico (Incubus [1]) - 4:19
8. Warning (Incubus [1]) - 4:39
9. Echo (Incubus [1]) - 3:34
10. Have You Ever (Incubus [1]) - 3:15
11. Are You In? (Incubus [1]) - 4:24
12. Under My Umbrella (Incubus) - 3:29
13. Aqueous Transmission (Incubus) - 10:18
14. - 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