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인큐버스가 우리 나라에 도착했다. 지난해와 올해 미국 모던 록 차트와 FM 라디오를 점령하며 최고의 하이브리드 밴드로 자리 잡은 그들이 국내 팬들을 위해 이번에 1999년 2집 앨범 <Make Yourself>를 정식으로 발매했다. 그 동안 수입 음반과 컴필레이션 <Family Values Tour 98 - 1999>, 사운드트랙 <Scream 3> 등을 통해 간헐적으로 소개되던 그들의 폭발적 사운드가 늦은 감은 분명히 있지만 완벽한 형태의 모습으로 긴급 공수된 것이다.
현재는 디지털 시대이다. 이는 초고속을 강조하는 스피드 시대라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속도가 경쟁력'이라는 문구는 어디서건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지구촌이 하나의 거대한 달리기 경기장이 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가 없다.
하지만 이런 빠름의 시대에 반(反)하여 '느림'을 강조하는 이들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전세계가 하나의 트렌드에 휩쓸려 질주할 때 느림보들은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 속담처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 유행을 밟으며 지나간다. 그리고 결국 대세의 흐름 속에서 반짝 반짝 빛을 발한다.
인큐버스는 1999년 내놓은 작품 <Make Yourself>로 서서히 인기를 누리며 지금까지 차트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느린' 하드코어 밴드이다. 음반은 84주 째 앨범 차트(7월 15일자 현재 61위)에 머물고 있으며, 싱글 'Drive'는 싱글 차트(10위)에서 23주, 모던 록 차트(11위)에서 34주 째 버티고 있다.
또 2년여의 시간동안 앨범은 골드를 지나 플래티넘을 소리소문 없이 획득했다. 이는 다른 여타 하드코어 그룹들이 반짝 흐름에 이끌려 단기간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실 인큐버스의 음악은 별반 새로울 것 없는 전형적인 하드코어이다. 펑크(Funk)와 메탈의 조합을 중심으로, 힙 합 비트, 스크래치, 하드 록을 가미시킨 크로스오버를 구사하고 있다. 그들은 그러나 팬들과 직접 뜨거운 열기를 공유하는 라이브무대를 홍보 거점으로 삼고 차근차근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갔고, 그 결과는 느리지만 은근히 강하게 2년을 지속되어왔다. 꾸준한 노력과 소소히 풍겨나는 음악의 향기로 그들은 요즘 대중 음악계의 인기 있는 검색어로 빈번히 클릭 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칼라바사스(Calabasas)를 본거지로 두고 있는 인큐버스는 1991년 고등학교 친구들인 보컬리스트 브랜든 보이드(Brandon Boyd), 기타리스트 마이크 에인지거(Mike Einziger), 베이시스트 알렉스 카투니크(Alex Katunich), 드러머 호세 파실라스(Jose Pasillas) 등이 서로 의기투합하여 뭉쳐졌다.
그들은 LA 지역의 유명 클럽들을 돌며 펑크 메탈(Funk Metal)의 기본 실력을 배양해 나갔는데, 초창기 그들의 사운드는 1995년 인디 음반 <Fungus Amongu>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앨범은 밴드의 비상에 힘입어 지난해 재 발매되기도 했다. 얼마 후 인큐버스의 공연을 보고 가입을 희망한 턴테이블리스트 디제이 라이프(DJ Lyfe)를 정식 멤버로 받아들인 그들은 <Immortal> 레코드사와 제휴 관계를 체결하고 1997년 EP <Enjoy Incubus>와 데뷔작 <S.C.I.E.N.C.E>를 차례로 내놓았다.
그들의 데뷔 앨범은 헤비한 펑크 메탈(Funk Metal)로 무장했던 <Fungus Amongu>와 달리 라이프의 참여에 발맞춰 리듬과 비트의 역동성이 강조된 사운드로 진일보했다. 래핑과 샤우팅을 넘나드는 브랜든 보이드의 컬러풀한 보이스, 간결하게 끊어 치는 기타, 그루브를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리듬 섹션, 곡의 중간 중간에 흥겹게 들어간 스크래치 등은 바로 완연한 하이브리드였다. 'A certain shade of green', 'Calgone', 'Deep inside', 'Summer romance' 등이 대표적인 트랙들이다.
길다면 긴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이번에 소개하는 인큐버스의 1999년 두 번째 작품 <Make Yourself>는 1집의 음악적 노선을 충실히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굳이 차이점을 찾는다면 브랜든의 보컬이 조금은 부드럽게 순화되었고, 리듬과 더불어 멜로디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을 들 수 있겠다.
얼터너티브 송 'Consequence', 모던 록 차트 정상을 정복한 'Drive', 극적인 분위기가 주도하는 드라마틱한 넘버 'Pardon me' 등의 히트곡들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노래들을 작곡, 작사한 브랜드의 설명에 따르면 'Pardon me'는 인생의 혼란을 코드로 표현했고, 'Drive'는 공포에 대한 곡이라고 한다. 또 'Nowhere fast'는 즉흥 라이브 잼을 하다 만든 트랙이고, 'Battlestar scralatchtica'는 게스트로 참여한 힙 합 디제이들의 배틀이 돋보이는 노래이다.
음반의 외적인 변화는 디제이가 크리스 킬모어(Chris Kilmore)로 바뀌었고, 이전 앨범들에서 사운드를 책임졌던 짐 워트(Jim Wirt) 대신에 알이엠(R.E.M), 데이스 오브 뉴(Days Of New) 등과 작업했던 스코트 리트(Scott Litt)가 프로듀서로 크레딧을 뽐냈다는 것이다.
인큐버스 2집 앨범의 국내 라이선스 발매에 이어 곧바로 따끈따끈한 신보 소식이 대기중이다. 그들은 오는 10월 23일 <Morning View>라는 타이틀의 새 앨범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음반의 녹음 장소인 캘리포니아 말리부 힐 빌라의 거리 이름에서 제목을 따온 신작은 'Aqueous transmission', 'Blood on ground', Nice to know you' 등이 담겨져 있으며 헤비한 사운드와 감미로운 멜로디를 동시에 품고 있다고 멤버들은 말했다.
또한 신보에 수록된 곡들은 올 여름에 참여하게될 여러 록 페스티발과 투어 등에서 미리 접할 수 있다고 한다. 인큐버스는 아마도 <Make Yourself>에서 그랬듯이 새 음반에서도 조급증을 내비치지 않을 것이다. '느림의 미학'처럼 천천히 여유 있게 정점을 향해 뻗어나갈 것임이 분명하다.
-수록곡-
1. Privilege - 3:54
2. Nowhere Fast - 4:30
3. Consequence - 3:18
4. The Warmth - 4:24
5. When It Comes - 4:00
6. Stellar (Boyd) - 3:20
7. Make Yourself - 3:03
8. Drive - 3:52
9. Clean - 3:55
10. Battlestar Scralatchtica - 3:49
11. I Miss You - 2:48
12. Pardon Me - 3:43
13. Out From Under - 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