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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Storm: A Night Record
더 콰이엇(The Quiett)
2010

by 홍혁의

2010.03.01

미국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국내 힙합 신에서도 프로듀서와 래퍼의 분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멀티플레이어의 출현을 경계하는 시기심의 발로일지는 모르겠지만, 두 영역을 겸업하는 이들을 평가할 때 으레 제기되는 코멘트는 “혹자는 비트 메이킹은 잘하는데, 랩은 좀…”일 것이다. 물론 그 역도 충분히 성립한다. 그렇다면 더 콰이엇(The Quiett)의 케이스는 전자일까. 후자일까.

성급한 속단일 수도 있겠지만 그는 일반적으로 전자에 속해있다고 인식되어왔다. 디스코그래피가 증명하는 바와 같이 그의 다작에 근거한 검증된 프로듀싱 능력에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를 구심점으로 한 정글(Jungle) 멤버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며 대중적인 감각을 익힌 것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반쪽짜리 접근법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힙합 청취자들의 트렌드와 우호적이지 않은 그의 랩 스타일에서 인식의 기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번 < Quiet Storm : A Night Record >의 결정적인 순간은 8번 트랙인 'Airplane music'이다. 소위 현재 한국 힙합 신에서 가장 물이 올랐다는 래퍼 5인을 불러들여 총성 없는 배틀판을 조성했다. 잘빠진 스포츠카의 드라이브를 보는 듯한 레이서들의 향연을 듣다 보면 더 콰이엇의 랩은 놀랄 정도로 차분하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자 · 모음으로 이루어진 라임 융단폭격도, 아드레날린을 분출케 하는 속도감과 플로우도 평이한 수준이다. 객원 래퍼들이 각자의 주무기로 판을 뒤흔들 찰나에서 그는 일면 위태롭게 보이기도 한다.

허나 단조로운 패턴을 피하기 위해서 그루브한 멜로디를 가미한 래핑은 주목할 만하다. 타이틀 곡 'Be my love'와 'Welcome to the show'가 그 예다. 특히 정기고(Junggigo)가 백그라운드 코러스로 참여한 'Welcome to the show'의 멜로디 라인 처리는 프로젝트 밴드 N.E.R.D에서 퍼렐 윌리엄스(Pharell Williams)가 능수능란하게 리듬을 조율하던 보컬과 흡사한 측면이 없지 않다.

또한 거의 본인이 전담을 해 온 전작의 프로듀서 크레딧과는 달리, 낯선 국외 뮤지션의 이름도 나열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 등에 근거지를 둔 케브 브라운(Kev Brown)과 미쯔 더 비츠(Mitsu The Beats) 등이 제공한 비트와 더 콰이엇의 스타일 간에 발생되는 유쾌한 생경함은 본 앨범에서 확보하고 있는 장점이다.

이번 앨범은 밤의 소리와 이야기를 발화하고 있다. 섬세한 손길을 거치면서 나열된 비트는 차가운 야경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건조한 단어들로 쌓아올린 어두운 화법의 다면체는 청취자와의 접점 모색을 용이치 않게 한다.

-수록곡-
1. Welcome to the show [추천]
2. Never q.u.i.t.t.
3. Be my luv
4. Stars (Feat. Verbal Jint & Swings)
5. Lonely one
6. Q's way (Feat. 샛별)
7. Game theory
8. Airplane music (Feat. Basick, Rimi, Beenzino, Fana & San E) [추천]
9. 시간이 왔나봐 (Feat. Dead'P)
10. Old records
11. Love/hate (Feat. Jinbo) [추천]
12. Shine 'em
13. Be my luv remix (Feat. B-Free, 'NUCK'넋업샨, Paloalto & junggigo)
홍혁의(hyukeui1@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