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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ke Up! (With The Roots)
존 레전드(John Legend)
더 루츠(The Roots)
2010

by 홍혁의

2010.10.01

2009년 타임 지는 영향력 있는 100인에 존 레전드를 선정하며 퀸시 존스(Quincy Jones)의 추천사를 지면에 실었다. 존스는 그를 두고 '마빈 게이, 스티비 원더,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처럼 예술적으로나 사회적인 방면에서도 상징적인 인물이 될 것'이라며 이 시대의 새로운 전설을 극찬했다. 소울 정신을 태반으로 적극적인 사회참여에 나섰던 대가들의 궤적을 따르길 원하는 바람이 이면에 녹아있는 찬사였던 것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는 듯, 존 레전드는 정치의 현장에 자주 얼굴을 비춰왔다. 민주당 지지자이자 오바마의 당선을 누구보다 염원했던 그가 서있던 좌표는 늘 왼쪽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앨범에서 소생시킨 과거의 유산들이 소울풀한 영기가 충만했던 1960~1970년대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은 당위성을 지니기에 충분하다.

빈티지한 사운드를 소환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지원군이 필요했다. 존 레전드가 이번 앨범을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임에는 틀림없지만, 소울 교향곡의 완성은 루츠라는 오케스트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표면적으로는 힙합 밴드이지만 이들이 지극히 복고적인 사운드에 귀착하고 있었으며 그간 빈티지 소울 아티스트들과 협연해오며 쌓아 올린 내공을 침착하게 분사한다.

환상의 태그 팀이 지목한 소울 넘버들이 그리 낯익지만은 않다. 베이비 휴이(Baby Huey), 해롤드 멜빈 앤 블루 노츠(Harold Melvin & the Blue Notes)등 1970년대 흑인 사운드에 조예가 깊지 않다면 주목하기 힘들었을 유물들을 재차 발굴했기 때문이다. 선곡 센스는 뛰어났다.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원곡이 지닌 고색창연한 풍미가 현세대에게도 당시의 프레임을 상상하도록 자극한다.

앨범의 매력은 물론 원곡의 그윽함에 빌린 측면이 다분하지만, 현대적인 감성을 적당히 용해한 보컬의 공도 크다. 이전까지의 개인 앨범에서 달콤하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청취자를 휘어잡았지만, 일정 부분 까칠함을 내재하고 있어야할 소울 사운드에 따라서도 적절하게 변이하는 탁월함을 뽐낸다.

하지만 핵심은 메시지다. 과거의 영가들이 현재까지도 의미를 부여하며 논점을 제공하는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인 시각에서 도출된 문제의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Wake up everybody'에서 흑인들의 각성을 부르짖고, 'Little ghetto boy'의 구제의 메시지는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존 레전드와 더 루츠는 대중 아티스트의 사회적 책무를 인지하고 있었고, 고로 뜻이 맞았기에 뭉쳤다. 두 작가는 흑인들이 단합했을 때 창출될 수 있는 잠재력을 과거 전설들의 업적과 역사를 빌려 자신들이 먼저 실천하며 증명하려했다. 둘의 이름만큼이나 전설(Legend)의 뿌리(Roots)를 찾아가며 추구하는 담대한 희망이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수록곡-
1. Hard times (feat. Black Thought)
2. Compared to what [추천]
3. Wake up everybody (feat. Common, Melanie Fiona)
4. Our generation (The hope of the world) (feat. CL Smooth) [추천]
5. Little ghetto boy (Prelude) (feat. Malik Yusef)
6. Little ghetto boy (feat. Black Thought)
7. Hang on in there
8. Humanity (Love the way it should be)
9. Wholy holy
10. I can't write left handed [추천]
11. I wish I knew how it would feel to be free
12. Shine
홍혁의(hyukeui1@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