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걸, 한 손엔 총, 한 손엔 칼을 들고 슬럼가를 누비던 20년 전 갱스터들의 다음 이야기는 살벌한 총격전, 체포 따위의 것이 아니었다. 닥터 드레와 스눕 독의 주연 자리를 꿰찬 존 레전드는 이번 화에서 총, 칼이 아닌 사랑을 무기 로 택했다.
원곡('The next episode' 혹은 'Edge')의 복고풍 브라스 사운드를 그대로 보존한 프리 코러스 구간이 지나자 그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중요하다며 사랑을 표현하라는 외침에 방점을 찍는다. 다소 부드러워진 테마답게 날 것의 느낌을 주던 원곡의 시그니처 기타 리프는 뒤로 물러섰다. 대신 간단하지만 묵직한 비트와 베이스 음이 드럼의 쇳소리를 대체하고, 알앤비 창법으로 화음을 가득 채운 존 레전드의 백 코러스가 노래의 빈 곳을 채워 사운드가 풍부한 발라드 곡이 탄생했다. (스눕 독의 껄렁한 버전이 아닌 존 레전드의 능글맞은 '라라라라라~'를 들어보시라!) 한 마디로 'The next episode'의 거칠고 생경한 질감이 희석되어 'Actions'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에 녹아든 셈이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보니 'Actions speak louder than love songs!'라는 가사를 기준으로 구간이 나뉜다. 노래 말미에선 힘을 확 빼고 마무리를 짓는 통에 자칫하면 용두사미처럼 들리나, 전체를생각 해보면 이만큼 강약 대비가 확실한 구조도 없을 테다.
과하지 않은 기교로 곡을 끌고 가는 존 레전드의 탁월한 보컬 실력과 노래의 극적인 진행 덕에 지루할 틈이 없다. 다만 울퉁불퉁 거슬리던 원곡의 매력은 매끈한 프로덕션으로 개성을 감췄고, 풍성해진 소리는 시그니처 사운드를 가려버렸다. 때로는 '둥근' 말보다 '모난' 말이 효과적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아닌가. 노래의 무던함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