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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 Lifted
존 레전드(John Legend)
2005

by 김獨

2005.07.01

슬프도록 아름다운 노래

올해 초 자신의 네임에 '전설(Legend)'이라는 성을 붙인 흑인 뮤지션 한 명이 불쑥 등장했다. 서구의 음악 매체들은 검은 피부색의 20대로 보이는 이 젊은이를 두고 'R&B 보컬리스트 겸 피아니스트'로 소개했다. 국내에서도 그의 공식 데뷔 앨범 < Get Lifted >는 지난 4월 라이선스로 발매됐다. 사람들은 음반의 뚜껑을 열어보기도 전에 이미 '전설'로 기억되는 존 레논(John Lennon)과 유사한 브랜드에 눈이 번쩍 뜨였다. 전설로 불러 달래는 그 버릇없는(건방진) 이름, 즉 그가 선제로 날린 강한 펀치에 압도당했던 것이다.

그의 출현은 'Fallin''으로 스타덤을 예약해뒀던 알리샤 키스처럼 팝 청취자들의 뇌리에 진한 인상을 남겼다. 그의 노래를 접한 후 일부 팬들은 약간의 흥분 상태를 보였으니 말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존 레전드(John Legend)다. 노래 잘하고, 건반 잘치고, 작곡 솜씨까지 탁월한 신인. 알면 알수록 거부할 수 없는 당돌한 신출내기.

“웁스, 죽여주넹!” “존 레전드 앨범 혹시 들어봤엉?” “존 레전드 알아요. 올해 최고의 신인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놀라움을 표했다. 우선 귀를 자극하는 건 곡이다. 그랜드 피아노가 '슬프고도 아름답게' 투영된, 옛 소울의 '찐한' 향이 묻어나는 곡조에서 애절하고도 선 굵은 보컬이 마구 쏟아진다. 사운드 풍경은 복고적이지만 결코 촌스럽지 않다. 그가 자랑스럽게 내놓은 < Get Lifted >의 결과물은 미드템포 곡들로 지루하게 흐르지 않으며, 경쾌한 힙합(펑키) 비트도 용솟음친다. 커티스 메이필드가 불러 유명해진 'Let's do it again'에서 샘플을 따온 'Number one'은 제목 그대로 즐겁고 신나는 내용물로 봐서 단연 넘버원이다. 히트 싱글 'Ordinary people'을 부를 때 존은 그러나 극도의 애상에 잠기는 고독한 남성으로 돌변한다.

이는 러브 송 'You and I'를 애처로이 부르다 금새 'Higher ground'에서 광(狂)적으로 절규하던 스티비 원더의 복사본과 같으며, 마빈 게이가 'Since I had you'를 토로하던 그림자가 연속성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 같다. 소위 '남성 알리샤 키스의 앨범'이라 불려질 정도로 < Get Lifted >는 고전 소울과 어번 알앤비의 에센스가 골고루 흡수되고 있다. 한가지 표현을 빌리자면 알리샤 키스의 처녀작 < Songs In A Minor >(2001)에 버금가는 감흥, 바로 그것이다.

유연하면서도 달콤한 무드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도입부에서 상승하던 곡 구조는 중반부를 거쳐 후반부에서 최고조로 폭발한다. 눈물을 떨구는 피아노 연주는 가스펠 송 'So high'에 이르자 그 슬픔이 듣는 이의 눈물샘으로 전이된다. 종교적인 합창 'It don't have to change'는 흑인 음악의 미래를 밝게 비춰준다. 존 레전드가 남겨둔 비장의 히든카드가 마지막에 가서 드라마틱한 구성틀로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이 때문에 초반부 몇 곡만 접해보고 “별로잖아!”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끝까지 인내하고 < Get Lifted >를 감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무래도 트렌드 힙합/알앤비 색채가 주류 뮤직 채널을 잠식한 지금에 와서 이렇게 감동적인(아름다운) 소리샘을 뽑게 된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Get Lifted >의 배경에는 지난해 '화제의 루키' 카니예 웨스트가 부분적으로 텍스트를 직조했기 때문이다. 그가 누구였는가. 대학 낙오자라도 미국사회의 유명인사가 될 수 있다던 '문제의 앨범' < The College Dropout >(2004)의 스매시 히트로 '올해 <타임>지가 선정한 100인'에 뽑히지 않았는가. 결과적으로 < Get Lifted >는 나오자마자 팝 앨범 차트 4위, 블랙 앨범 차트는 1위로 골인하며 성공적인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그렇다고 < Get Lifted >가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맹점도 있다. 이제는 흔해빠진 네오 소울의 스타일상에 창조적 원본은 없는 것이다. 애초 디안젤로가 그랬고, 뮤지크와 라샨 패터슨도 네오 소울의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존 레전드의 음악이 부드럽지만 강하게 우러나는 이유는 트렌드를 역류하는 낡은 레코드를 덜렁 내놓은 까닭이다. 이는 21세기를 지배한 힙합 파라다이스에서 정통으로 노래하는 신세대 가수가 등장한 것에 대한 반가움의 또 다른 표현이다.

그래미상 시상식 이전, 카니예 웨스트의 존 레전드를 향한 극찬은 < Get Lifted >가 '2005년을 장식해줄 매우 특별한 작품'임을 직감하게 해준다. “내가 지금 가장 좋아하고 또한 존경하는 뮤지션이 한 명 있다. 그의 이름은 존 레전드다.” 적잖이 오버일 수도 있으나 적어도 음반을 다 듣고 난 이후에는 나름대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카니예 웨스트의 발언으로 다시 한번 귀 기울이게 만드는 < Get Lifted >에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노래들로 가득하다.

-수록곡-
1. Prelude
2. Let's get lifted
3. Used to love U
4. Alrightl
5. She don't have to know
6. Number one (feat. Kanye West)
7. I can change (feat. Snoop Dogg)
8. Ordinary people
9. Stay with you
10. Let's get lifted again
11. So high
12. Refuge (When it's cold outside)
13. It don't have to change (feat. The Stephens Family)
14. Live it up (feat. Miri Ben-Ari)
김獨(quincyjon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