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에게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면 이런 질문을 던질 법도 하다. 아니 도대체 인피니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 뭐야? 외모? 천천히 살펴봐도 이목구비가 뚜렷한 멤버는 없는 거 같은데. 그러면 그 유명하다는 칼군무? 글쎄 춤만 잘 춘다고 주목받았으면 전문댄서들이 먼저 주목받아야 했겠지. 이렇게 돌고 돌다보면 결국 이들에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음악'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다. 초반에는 반응이 미미했지만 점점 그 완성도를 인정받으며 대기만성형 그래프를 그려나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작품의 완성도'가 입소문처럼 알음알음 퍼져나간 덕분이었다.
그렇기에 이 7명의 '무한돌'은 사운드의 완성도가 스타일링이나 콘셉트, 안무보다도 우위에 서야 하는 특이한 포지션에 안착해 있다. 즉 다시 말해 함께 작업하는 작곡가가 그 때 얼마나 날이 서있는 가에 따라서 승패가 좌우될 확률이 어느 그룹보다도 크다는 이야기다. 아무래도 음악적인 공백을 오롯이 퍼포먼스만으로 메운다는 것은 멤버 개개인의 매력이 표출되지 못한 이들에게는 아직 벅차 보이기 때문이다. 스윗튠(Sweetune)에 대한 의존도가 커져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다.
전작의 탄탄한 구조를 이어받아 여기에 민요의 추임새를 삽입해 차별화를 두려한 '추격자'는 그 기세를 이어가기에 충분한 곡이다. 전조에는 그루브 넘치는 특유의 베이스라인과 펑키한 기타리프로 입맛을 돋우고, 후렴에는 복고적인 신스와 디스토션 기타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며 감각이 절정에 달해 있음을 알린다. 자기복제를 걱정할 만큼의 기시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아직 '물려서 못 듣겠다' 정도는 아니다. 다만 여기서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앞서 언급한 프로듀서 지분의 과점화다.
스윗튠이 최근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카라나 나인뮤지스, 보이프렌드를 가만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눈에 띈다. 바로 가수 개인의 자생력이라는 부분에서 급격한 약점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것이 실력적인 면이든 아이돌 그룹으로서 응당 가져야할 캐릭터적인 면에서든 간에, 이들은 프로듀서의 단 한 번의 침체기가 치명타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가져다준다. 비스트나 시스타도 각각 신사동 호랭이나 용감한 형제의 서포트를 과하게 받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기광이 진행하는 토크쇼를 보며 웃기도 하고, 효린이 부르는 옛 명곡에 감동을 받기도 한다. 이들에 비해 그룹이 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적 즐거움의 폭이 좁은 만큼, 한발 한발 내딛는 곳은 살얼음판이 될 수밖에 없다.
비트를 강조해 댄스플로어의 기운을 전달하는 'Feel so bad'와 '니가 좋다',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The lazy song'이 연상되는 레게 형식의 기타 팝 '그 해 여름', 앞서 은근하게 드러나던 'wanna be 90's'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는 편곡과 사운드 메이킹이 전면에 깔린 발라드 'with' 등 전체적으로 준수한 실루엣을 보이고 있다. 다만 '추격자'에 비하면 확실히 평이하다. 또한 카타르시스의 최대치로 대중을 이끌고 가지 못하는 가창력 또한 꾸준히 언급되는 문제점이다. 강력한 서포터가 있음에도 그것을 절정으로 가져가는 것이 자신들의 몫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전히 스윗튠은 건재하고 팀으로서의 화학작용은 놀라운 수준이지만 예전부터 눈에 들어가 빠지지 않던 티끌 역시 그대로다. 슬슬 한재호, 김승수 콤비가 보여주는 패턴의 매너리즘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을 뿐 더러, 지난 작에서 보여주었던 '내꺼하자'의 임팩트가 그들의 스탠다드가 아닌 최고점이라는 사실 역시 증명해 버렸으니 당장의 결과물에 만족하다간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더욱 다양한 뮤지션들과의 합작으로 히트의 리스크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지금의 그들은 무한의 의미를 담고 있는 그룹명과는 달리 한계가 너무 명확해 보인다.
-수록곡-
1. INFINITIZE
2. 추격자 [추천]
3. Feel So Bad
4. 그 해 여름
5. 눈물만
6. 니가 좋다
7. W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