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D'의 성공을 위시한 'Bad'는 다시금 진중한 인피니트를 강조한다. '내꺼하자'부터 장장 3년을 내려온 히트 공식이 'Man in love'부터 위태위태하더니 'Last romeo'에서 아예 한계를 드러낸 탓이다. 오케스트라 선율을 옅게 깔아놓은 공격적인 트랩 비트는 엑소와 닮아있으면서 '남성다움'을 강조하는 최근의 많은 보이 그룹 스타일의 종합이다.
긴장감 있는 브릿지-훅 구조와 랩을 배제하고 중점을 둔 명료한 멜로디라인, 역동적인 퍼포먼스까지 갖춘 'Bad'지만 여러모로 2%씩 부족해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과거 '추격자'와 '내꺼하자'에서 감정을 집약해 터트리던 후렴부의 한 방이 약해졌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차곡차곡 쌓아가는 벌스의 보람도 덜하며 내용 전달이 애매하니 전체적인 카리스마도 힘이 달린다. '그녀를 지켜라'와 '남자가 사랑할 때'의 외침에는 분명한 스토리가 있었지만 '나쁜 여자'라는 외침에는 공감이 어렵다.
타이틀은 변신을 의도하는데 수록곡은 여전하다는 점도 흥을 떨어트린다. 성규의 솔로 커리어에서 가져온 듯한 록 트랙 '마주보며 서 있어'나 '남자가 사랑할 때' 스타일을 계승한 'Moonlight', 강한 비트 중심의 운용을 보여주는 '엔딩을 부탁해' 모두 개별 완성도는 뛰어나지만 하나로 묶이질 않는다. < Season 2 > 뿐만 아니라 어떤 이전 커리어에 수록되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범작'의 향연이다.
인피니트에 대한 우려는 꽤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왔으나 개선의 움직임은 거의 없이 한 방도로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Last romeo'로 켜진 경고등을 보고도 내린 결론이 'Bad'인 것은 발 빠르게 대안을 구상하지 못한 기획의 책임이다. 비대해진 몸집으로 쉽사리 변화를 택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수록곡-
1. Betting
2. Bad
3. Moonlight [추천]
4. 발걸음
5. 마주보며 서 있어
6. 러브레터
7. 엔딩을 부탁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