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의 안방극장 진출이 흔한 시대이지만 서인국은 조금 특별하다. 공중파와 지상파를 넘나들며 조연에서 주연까지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다. 다수의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는 등 '연기 겸업'의 이력이 벌써 화려하다.
비교적 긴 시간을 투자한 미니앨범을 통해 음악적으로도 폭넓은 가능성을 펼치면서 본업에 대한 기대에도 부응한다. 그동안 들려주지 않았던 소울발라드 장르부터 현악소리의 도입까지, 새로운 시도가 인상적이다. 슬픔을 절제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전달을 해내며 서인국 표 감성발라드를 들려준다.
이별 후 일상에서 마주하는 노랫말들이 공감을 이끌어낸다. 타이틀 곡 '웃다 울다'의 네 이름 하나 꺼내지 못해. 그 한 마디에 모든 게 다 쏟아져 나올까 봐' 하는 가사는 이름 석 자 만으로도 가슴 아픈 이별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연시자로서 보여준 가능성에 설맞게 곡의 분위기에 빠져든 서인국 특유의 남성적 보컬이 돋보인다.
이별의 감정은 배우 구혜선과 함께한 '행복했을까' 에서도 이어진다. 나긋나긋한 피아노 선율에 현악 멜로디가 아름답지만, 노랫말에서 전해지는 상반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이제서야 내가 또 다른 인생을 살게 됐고, 우리가 아닌 우리를 우리라 말하는 것도 이젠 안 돼요.'라는 가사가 말하듯 쉽사리 이별을 인정하는 모습이 진솔하면서도 차갑기만 하다. 이별 노래만 수록한 것은 아니다. 인기를 끌었던 러브송, '너 땜에 못 살아'가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어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본업에 대한 열정과 포부는 충분히 증명해냈다. 이전에도 그랬듯 애절하면서 남성미 넘치는 'Broken', 비주얼에 포인트를 준 'Shake it up', 남자들만의 직설적인 화법의 '밀고 당겨줘' 등으로 다양한 사운드를 펼쳐낸 바 있다. 하지만 연이어 다종의 사운드를 추구하다 보니 한편으로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진다. 개성 유지하면서 동시에 안정감까지 확보하는 것은 앞으로 서인국이 풀어가야 할 부분이다.
-수록곡-
1. 웃다 울다
2. 행복했을까 (Feat. 구혜선)
3. 웃다 울다 (Inst.)
4. 너 땜에 못 살아 (Feat. 버벌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