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으면 그냥 보인다. '핑키핑키 땡땡이 몬스터'라는, 어쩌면 유치해 마지않는 가사를 선글라스 낀 채 목에 핏대 세워 부르는 그의 모습이. 또 보인다. 발표 후 ‘이런 곡을 낼 줄은 몰랐지?’하며 한껏 낄낄대고 있었을 그의 익살스런 표정이. 마왕이라 불리던 사람, 그러고 보면 참 읽기 쉬운 사람이었다.
여느 가수가 들고 나왔다면 흥겹게 들렸을 법한 노래다. 한 번 들은 리프의 잔상이 바로 귀에 남을 만큼, ‘Pink monster’는 뛰어난 멜로디감을 자랑한다. 스트레이트한 곡의 진행도 매력적이고, (낯간지러운 감은 있지만) '핑키핑키 땡땡이 몬스터'로 끝나는 후렴 또한 또렷하게 귀에 들어온다. 생전에 발표되었어도 분명 베스트 앨범 트랙 리스트에 올랐을 거다.
아내만을 위해 준비했던 < The Songs For The One >처럼, 언젠가 아이들을 향한 애정만을 듬뿍 담은 소소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산 사람의 되도 않는 추측일 뿐이지만, 노래를 통해 아이들을 향한 그의 진심만은 분명히 읽을 수 있다.
'Pink monster'는 그 핏줄에 대한 '아버지' 신해철의 사랑을 담고 있는 노래다. 때문에 다시금 느낀다. 되짚어 볼수록 그가 멋진 사람이었고, 존경할 만한 어른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떠난 이후에도 자신의 삶을 음악으로 영속화한 고(故) 신해철, 평안히 쉬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