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Ringo
링고 스타(Ringo Starr)
1973

by 이기찬

2015.05.01

비틀스 해체 후 < Sentimental Journey >, < Beaucoups Of Blues >로 부드럽게 솔로 활동을 시작한 링고 스타에게 1973년은 욕심이 나는 한 해였다. 존 레논은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록 정치학의 상아탑을 쌓아가는 과정인 < Mind Games >를 발표했고 폴 매카트니는 '날개'를 달고 넘버원 싱글 'My love' 수록된 < Red Rose Speedway >로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올랐으며 조지 해리슨마저 < Living In The Material World >로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해 느지막한 11월 비틀스의 맏형은 리차드 페리 프로듀스 도움을 받아 3집 < Ringo >를 발표했다. 결과는 성공적, 빌보드 앨범차트 2위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앨범 재킷을 보면 누가 봐도 그 유명한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 자기 복제다. 많은 친구를 초대해 그 같은 대작을 걷어 올리겠다는 욕심을 드러낸 것이다. 남의 도움을 받은 만큼 독자성과 스스로 보여주려는 주체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세계 최고 아티스트들의 엉켜있는 실타래를 유려하게 풀어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레논이 작곡한 'I'm the greatest', 매카트니 발라드의 전형 'Six O'Clock', 해리슨 작곡으로 인상적인 색소폰 솔로의 'Photograph'(빌보드차트 1위)는 장르나 형식의 유사성을 찾기 힘들지만, 앨범 전체 구성 측면에서는 이음새가 좋다.

'Have you seen my baby?'의 기타 연주는 당대 영국을 휩쓴 밴드 '티 렉스'의 마크 볼란이 맡았고 비틀스 'You won't see me'가 떠오르는 넘버원 싱글 'Your are sixteen'은 막역한 친구 해리 닐슨이 도와줬다. 'Step lightly' 같이 편하게 흘려보낼 수 있는 전형적인 링고 스타 풍 노래도 나쁘지 않다. 'Oh my my'는 비틀스 후반부에 함께 작업한 천재 피아니스트 빌리 프레스턴(Billy Preston)의 도움으로 생기를 얻는다. 마지막 곡 'You & me'의 나레이션은 음반 제작 작은 도움을 준 친구들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바치는 헌사다. 비틀스의 < White album >을 마무리하는 자장가 'Good night'에서 이미 보여준 따뜻한 목소리는 아련한 여운을 남긴다.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다. 자신의 노래가 그저 백화점에서 듣기 좋게 흘러나오는 곡인 무자크(Muzak) 정도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절망해 운 좋게 비틀스의 일원이 된 '4등'에 만족하며 살아갈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 Ringo >라는 전략적 돌파구를 마련해냈다. 마크 채프먼의 총탄에 쓰러진 어떤 사나이의 말처럼 링고가 없었다면 비틀스는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베이스는 연주하기 너무 어려워서 하지 않는다.“고 귀엽게 인정하는 링고 스타의 인간성, 사교성도 일종의 천재성이라 여기게 만드는 앨범.

- 수록곡 -
1. I'm the greatest [추천]
2. Have you seen my baby?
3. Photograph [추천]
4. Sunshine life for me (Sail away Raymond) [추천]
5. Your are sixteen (You're beautiful and you're mine) [추천]
6. Oh my my [추천]
7. Step lightly
8. Six o'clock
9. Devil woman
10. You and me (Babe)
이기찬(Geechan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