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Stop And Smell The Roses
링고 스타(Ringo Starr)
1981

by 이기찬

2016.10.01

'멈춰 서 장미꽃 향기를 맡아보라'는 앨범명은 많은 것을 함축한다. 세상사람 모두 편안히 일상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하는 '비틀스의 맏형이자 영원한 4등' 링고 스타의 마음. 역설적으로 지금껏 그 자신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을 감정이기에 더욱 그렇다. 앨범 커버 검게 차려입은 그가 든 꽃다발에는 1980년 12월 8일 마크 채프먼의 총탄에 스러진 동생 존 레논을 기리는 장미 한 송이 들어있을 것이다.


자기 나름의 음악관을 담았다지만 상업적으로는 진루는커녕 병살타에 가까웠던 < Ringo the Fourth >, < Bad Boy > 이후 절치부심해 가져온 8번째 정규 앨범. 역시 조지 해리슨, 폴 매카트니, 해리 닐슨, 로니 우드, 스티븐 스틸스 등 막역한 친구들이 도왔다. 해리슨의 선물로 링고 스타에게 마지막으로 빌보드 싱글 Top 40를 선사한 'Wrack my brain'(38위)에 힘입어 앨범으로는 가까스로 100위권에 들었으나 금세 사그라져 결국 링고 스타는 1982년 비틀스 멤버 중 최초로 레코드 사(RCA)에게 계약해지를 통보받는다.


앨범 전반은 온종일 침대에만 누워있던 자신을 일으켜 세워 작업실로 이끈 두 번째 부인 바바라 바흐(Barbara Bach)에게 바치는 헌정사다. 1980년 미국 코미디 필름 < 원시인(Caveman) > 촬영장에서 만나 1년 만에 웨딩마치를 함께 해준 신부를 향한 사랑이 여기저기 묻어있다. 'Private property', 'You belong to me' 등에서 세기를 넘어선 음악 역사적 아이콘 비틀스의 일원으로서는 전달하기 힘들었던 진심을 느끼게 하며 아련함을 남긴다.


로킹하며 달리는 'Dead giveaway'의 속도감은 인상적이며 컨트리 향기 물씬 풍기는 'Sure to fall'과 목가적인 풍경아래 유유자적하는 'Nice way'도 유려하게 흘러간다. 비틀스 가사로 이루어진 코러스 라인에 닐슨 풍 록 터치가 서린 'Back off boogaloo' 리믹스로 문을 닫는 앨범에는 크게 돌출하는 느낌 없이 편히 흘러가 단점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 느낌이다.


대다수에게 홀대받는 앨범이지만, 비틀스 노래 중 'Octopus's Garden'을 최고로 꼽는 로맨스 영화 < 500일의 썸머 >의 여주인공처럼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 있다. 레코드점 데이트에서 링고 스타의 LP, 그 중에서도 이 < Stop And Smell The Roses >를 집어 들고 환히 웃는 썸머의 모습을 떠올리면 저절로 행복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대중보다는 소중(小衆)에게 소중한 작품.


-수록곡-

1. Private property

2. Wrack my brain [추천]

3. Drumming is my madness

4. Attention

5. Stop and take the time to smell the roses

6. Dead giveaway

7. You belong to me

8. Sure to fall

9. Nice way [추천]

10. Back off boogaloo [추천]

이기찬(Geechan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