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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 Up
링고 스타(Ringo Starr)
2025

by 신동규

2025.02.06

이 딱정벌레는 지치지 않는다. 비틀스가 해산한 1970년 이래, 대게 다섯 해를 넘기지 않고 독집을 내온 링고 스타의 스물한 번째 앨범. 6년 전의 근작 < What’s My Name > 사이 다섯 장의 EP를 발표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꾸준함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속 로큰롤은 당연지사 펑크(Funk)와 소울, 디스코 중심의 팝 음악부터 하드 록, 글램 록과 같은 세부 장르 선택이나 때론 레게와 포크에 기대기도 하는 등 넓은 장르 폭으로 저만의 두께를 쌓아온 그의 방향이 이번엔 컨트리로 향했다.


처음은 아니다. 비틀스가 흩어지던 해 링고 스타는 두 장의 솔로 음반을 발매했다. 밴드의 마지막 작품인 < Let It Be > 발매 직전에 내놓은 < Sentimental Journey >와 발매 여섯 달 뒤 선보인 < Beaucoups Of Blues >가 그 주인공인데, 후자에 해당하는 소포모어 앨범에서 컨트리를 다뤘다. 허나 내슈빌 사운드의 전설적인 제작자로 평가받는 피트 드레이크의 감독이 무색하게 대중과 평단 양쪽 모두에 인정을 받지 못했고, 결국 록과 팝의 조화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으니 그렇게 21세기에 접어들어선 ‘Standing still’, ‘Shake it up’ 등 컨트리 곡을 첨부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컨트리를 향한 착실한 애착을 보여왔던 링고 스타는 때마침 불어온 재유행 바람이 달갑다. 미국 대중음악 시장 내 언제나 높은 점유를 이어왔지만, 최근 비욘세와 포스트 말론으로 대표되는 젊은 층의 유입 및 반응과 19주간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지킨 샤부지와 같은 기록 면에서의 움직임은 잠시면 사그라들 열풍으로 보기엔 아직 활력이 강한 상태다. 모두가 때맞춰 복귀를 선언하고, 컨트리 진영으로의 이적을 선언하는 작금의 세태에 그가 올라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링고 스타의 중저음 목소리는 컨트리의 어떤 하위 장르와도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음반 단위로 접근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언뜻 비슷한 정경이 연속되는 듯한 페달 사운드 전개 특성상 다양한 변화를 주기 어려운 보컬은 잠시는 듣기 편하나 긴 감상을 유도하긴 어렵다. 여든이 넘은 그의 나이 또한 발목을 잡는 것이 사실이다. 4인조 컨트리 팝 밴드 루시우스와 함께한 발라드 넘버 ‘Come back’을 기점으로 이어지는 급격한 하강이 그 예시다. 이후 ‘Rosetta’만이 흥취를 자극하나 전반부의 ‘Breathless’, ‘Never let me go’와 매우 흡사한 곡 구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특별히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


본인의 한계를 충분히 인지하고 돌파구를 찾아낸 점은 위안이다. 직접 연주의 비중을 과감히 줄이고 동료 음악가의 보이스를 빌려 평이한 가창 일관의 공백을 채우기보다는 이를 상쇄할 고품질 연주에 무게를 실은 것. 현재 블루그래스 신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빌리 스트링스와 몰리 터틀이 각각 세 곡과 네 곡에 참여했고, 1970년대 밥 딜런 밴드의 기타리스트이자 로이 오비슨과 엘튼 존, 엘비스 코스텔로의 음악을 제작한 티 본 버넷은 앨범을 프로듀싱한 것을 넘어 연주자로서 현을 더해 풍성함을 채워냈다.


< Look Up >이 하나의 수묵화라면, 그림 속 소재와 재료의 결핍을 붓과 먹의 고급화로 이겨낸 셈이다. 여백으로 바라보기엔 초점이 불분명하나 높은 완성도의 세션 플레이와 잘 다듬어진 소리에 탑승한 관록의 링고 스타가 자신이 구태여 돋보이려 애쓰지 않았기에 잇따른 유사한 잔상에도 작품은 무난히 여유롭다. 그럼에도 연신 아쉬움을 내비치는 까닭은 그가 그만큼 오랜 시간 증명해왔기 때문이고, 작년 봄의 < Crooked Boy >를 미루어 보아 아직 건재함을 알기 때문이며 음악에 미쳐 쉼을 잃어버린 여든다섯의 비틀(Beatle), 그의 열띤 창작이 그리워지는 날이 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수록곡-

1. Breathless (Feat. Billy Strings) [추천]

2. Look up (Feat. Molly Tuttle) [추천]

3. Time on my hands

4. Never let me go (Feat. Billy Strings) [추천]

5. I live for your love (Feat. Molly Tuttle)

6. Come back (Feat. Lucius)

7. Can you hear me call (Feat. Molly Tuttle)

8. Rosetta (Feat. Billy Strings, Larkin Poe)

9. You want some

10. String theory (Feat. Molly Tuttle, Larkin Poe)

11. Thankful (Feat. Alison Krauss)

신동규(momdk77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