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 터지는 EDM으로 빵 터진 캘빈 해리스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빅 룸 하우스로 대변되는, 자극적인 사운드의 연속으로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전자음악으로 한껏 벌어들인 그가 ‘How deep is your love'의 딥 하우스나 ’My way'의 트로피컬 하우스와 같은 비교적 EDM 요소를 줄인 하우스 음악을 내놓고 있다. 프랭크 오션(Frank Ocean)과 미고스(Migos)가 함께한 ‘Slide'도 그 연장이다.
사실 ‘Slide'에서 가장 덜 부각되는 이름은 캘빈 해리스다. 대문에 그의 이름이 걸려있지만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아니다. 곡 초반에 딱 한 번 등장하는 신시사이저 루프를 제외하고는 EDM이라 할 만한 요소가 없다. 전형을 접어둔 DJ는 대신, 80년대 댄스 팝의 그루브를 완벽히 재현해낸다. 근사한 비트 위에 프랭크 오션 특유의 오묘하고도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오프셋(Offset)과 콰보(Quavo)의 캐치한 래핑이 스며든다. 각각의 분야에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세 뮤지션들의 균형감이 상당하다. 알앤비와 힙합이 섞인 댄스 팝이랄까.
리아나(Rihanna)와 합을 맞춘 ‘This is what you came for'에 이어 캘빈 해리스는 게스트를 적절히 활용하는 호스트의 면모를 드러낸다. 이는 거물 밴드를 데려다가 난잡하고 산만한 곡을 내놓는 옆 동네 초짜들과는 확실히 비교되는 내공이자 실력이다.